“쌍둥이 키운 워킹맘 경험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죠”

최근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에서 40대 젊은 나이에 임원으로 파격 발탁된 빈 울프 인사총괄 책임자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언스트앤영의 인사정책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발전 일로에 있는 다른 세계적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다양성과 통합정책(Diversity & Inclusiveness, 이하 D&I)이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D&I는 조직에 내재돼 있는 다양성과 함께 각기 다른 성별 인종·세대·문화 등을 조화롭게 융화시킴으로써 조직 내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중국 출신으로 열 살 남매 쌍둥이를 키우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워킹맘 빈 울프 책임자는 기존 D&I를 아·태 지역 맞춤형으로 한층 발전시켜 나갈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극동지역 직원 2만 명 중 여성이 65%…임원급은 50%

-인사정책의 원칙은 무엇인가.

“기존 우리의 업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적 경쟁력을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2만5000명 아·태 지역 직원들이 각자의 사회배경, 젠더, 민족문화, 개인적 상황 등에 관계없이 강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가지고 배우고, 발전하고, 잠재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전체 팀을 이끌어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언스트앤영의 대표적 조직문화는 무엇이라 보는가.

“언스트앤영은 전 세계 140개국 14만4000명의 회계감사, 세무, 재무·경영 자문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회계 및 컨설팅 글로벌 기업이다(2008년 기준 총매출 245억 달러). 한국에도 1200명의 전문가가 활동 중인 ‘언스트앤영 한영’이란 회원법인이 있다. 특히 극동지역 회원법인에서 일하는 인력 총수는 2만 명인데, 그 중 65%가 여성이고, 임원급 중 여성 비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여성 친화적이라 자부한다. 이런 배경에는 우리 회사가 일·가정 양립에 특히 민감하게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성 리더십 개발과 가족친화적 근무환경 때문에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톱10 기업에 지난 10년간 연속 선정된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D&I 정책은 조직의 성평등 정책과 직결된다고 본다. 이것이 기업 경쟁력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나.

“D&I 정책은 한마디로 우리 직원과 조직뿐만 아니라 고객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다양하고 통합적인 마인드는 비즈니스를 촉진하고 리더십을 함양시킨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인적 구성의 팀을 잘 운영할 수 있고, 이는 곧 고객들과 강력하고 지속발전 가능한 관계를 맺는 것으로 이어진다. 우리 회사는 올해 ‘다양한 관점을 통해 혁신을 이루자’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는데, 여기서 ‘다양성’이란 인종과 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평생 경험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양성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 어떤 경제위기나 경영상의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유연성과 창조성을 갖춘 조직이 된다고 믿는다.”

성·인종·세대·문화·경험 융합해 시너지 효과 극대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당신의 커리어에 중요한 역할을 한 멘토가 있는가.

“직장생활 내내 수많은 멘토가 있었다. 비즈니스상의 관계나 커리어 관리, 주요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등 조언이 절실한 순간마다 멘토가 있었고 이런 상황을 함께 겪어가면서 멘토와의 관계도 나날이 발전해갔다.  좋은 멘토란 멘티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멘티의 관점과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사람으로, 좀 더 진전된 네트워크와 자신의 경험을 멘티와 공유하면서 멘티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의 멘티를 포함해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실질적인 조언 중 하나가 네트워크 미팅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참석하라는 것이다. 대학에서 맺은 인간관계에서 출발한 네트워크를 커리어 내내 크게 확대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요할 수밖에 없는 지속적인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워킹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가정 사이의 딜레마가 상당했을 텐데, 어떻게 풀어나갔나.

“결혼한 지 20년이 다 돼간다. 나와 남편은 열 살짜리 아들·딸 쌍둥이 남매를 키우고 있다. 남편은 경영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 둘 다 양육에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사소한 도움도 거의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남편이 주로 아이들을 돌보게 됐다.

직장에서의 내 역할과 책무를 생각한다면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기는 거의 비현실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이것이 가능해진다고 확신한다. 가령 출장을 다녀온 후 그동안 가정에서의 ‘부재’를 만회하기 위해 최대한 짬을 내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든다든지 직장을 위한 시간이 있듯 가정을 위한 시간도 반드시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매주 이에 대한 스케줄을 짠다든지 등의 묘안말이다. 워킹맘에겐 계획을 짜고 이를 체계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좋은 엄마일수록 전문가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법”

-그런 말을 들으니 위안이 된다. 그래도 워킹맘은 왠지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 같다.

“집과 직장 사이에서 크고 작은 일에 집중하고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것을 요구받고 또 그에 대한 훈련이 되다보니 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점점 명확히 알게 됐다. 그래서 워킹맘 경험 덕에 더 좋은 엄마, 더 경쟁력 있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매우 행복해하고, 내 일에 대해서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나 자신이 아이들에게, 특히 딸에게 좋은 역할모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꼽으라면.

“만약 그 누군가를 지목해야 한다면 그는 바로 내 남편일 것이다. 내가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남편은 옆에서 중요한 가족사를 결정하듯 진지하게 내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둘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의견이 같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의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확신하는 것은 가족의 강력한 도움 없이는 그 누구도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빈 울프 책임자의 성공 5계명

주위에 나의 서포터스 그룹을 만들라

빈 울프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사총괄 책임자의 커리어 인생은 언스트앤영에서 시작됐고 언스트앤영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20여 년의 직장 경험을 통해 습득한 그의 성공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으로서의 나, 나의 성공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솔직하고 올바른 피드백을 주는 훌륭한 멘토를 가지라.

둘째, 리스크를 무릅쓰고 안정된 상황을 포기해야 할지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주저하지 마라.

셋째, 최선의 노력으로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최상의 것을 추구하라.

넷째, 나를 지지하고 신뢰하는 그룹을 내 주변에 포진시키라.

다섯째, 사소한 일에 쩔쩔매지 말고 늘 긍정적인 태도를 안정되게 유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