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외면받은 ‘쌈지’ 시장서 퇴출
소비는 브랜드를 살리려는 의지의 표현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다. 통신과 교통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폐쇄적인 문화 형태가 광범위하게 개방된 국제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아침은 미국산 오렌지주스와 햄으로 간단히 때우고, 점심에는 베트남 식당에서 월남쌈과 쌀국수로 요기를 하고, 저녁에는 칠레산 와인과 호주산 스테이크로 식사하는 일이 이제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영화 속 장면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 멋지게 차려입은 옷은 중국에서 제조된 것이고 새로 산 신발은 태국에서, 선물 받은 가방은 이탈리아에서, 선글라스는 프랑스에서, 스카프는 일본에서 제조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제품, 우리나라 상표를 찾는 일이 쉽지 않게 됐다.

전 세계의 다양한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 상황에서 어떤 제품을 선호하고 어떤 상표를 좋아하는지 등 소비자들의 선택은 기업의 성장 발전과 소비자 복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즉 소비자들의 제품과 상표에 대한 선호는 곧 기업의 제품과 상표에 대한 생산 방향과 생산량에 대한 지침을 주며 이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제품의 내용을 결정하게 되므로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시장 환경에 다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지난 4월 ‘쌈지’가 부도를 맞았다. 2000년대 초 등장해 외국 브랜드가 장악하던 패션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독창적인 디자인과 튀는 색감으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고, 토종 기업으론 이례적으로 자체 브랜드로 수출까지 늘려갔던 쌈지의 부도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기업의 성장 발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방증하는 사례다.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 브랜드의 범람 속에서 소비자들은 ‘쌈지’를 외면했고 이는 곧 기업의 도태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최근 햄버거, 커피, 피자 등 서구음식으로 국내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이를 본산지에 역수출하는 국산 브랜드들이 있다. 국내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을 개척한 ‘크라제버거’, 올해 코스닥에 우회 상장한 ‘미스터피자’, 해외 커피 체인점과 경쟁하는 토종 브랜드 ‘탐앤탐스’와 ‘할리스’가 그것이다. ‘크라제버거’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야채나 고기를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게 하며 재료는 모두 유기농을 사용해 1998년 압구정점 개점을 시작으로 10년 만인 지난해에는 중국 법인을 설립했다. ‘미스터피자’는 매장 수, 매출액에서 경쟁업체인 피자헛, 도미노피자를 앞선다. LA 매장의 매출액은 이미 연 170만 달러(23억원)를 넘었다고 한다. ‘할리스 커피’는 2007년 말레이시아 무티아라 다만사라 지역에 해외 1호점을 오픈했고, 뒤이어 미국에 역진출, LA 한인타운에 매장을 열기도 했다. ‘탐앤탐스’도 국내 매장만 134곳, 해외 매장 5곳을 확보한 잘나가는 커피 브랜드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로 진출한 ‘탐앤탐스’는 호주 시드니에도 매장을 열고 영미권에 커피 역수출을 노리고 있다. 이들의 역주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계속적인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투표 행위와 같아 어느 회사의 제품과 상표를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결단이다. 2010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듯 유권자로서의 선택 또한 우리의 삶에 중요하다. 제품과 상표를 선택하듯 유권자로서의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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