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능력에 바탕두고 즐겁게 대통령직 수행한다”
연극 애호가로 제4회 세계 여성연극 회의·연극제의 공식 대회장 맡아

지난 6월 22-29일 아일랜드 골웨이에서 개최되어 여성주의에 바탕을 둔 31개국 92개 작품이 공연된‘제4회 세계 여성연극회의 및 연극제’에 한국대표로 참가한 연극평론가 심정순 숭실대 영문과 교수가 본지 독자들을 위해 특별 인터뷰를 기고했다. 심교수는 바쁜 일정중에도 어렵게 이 행사의 공식 대회장인 메리 로빈슨 아일랜드 대통령을 접견하고 30분간 대화를 나눴다.인터뷰는 아일랜드 대통령 관저 접견실에서 진행됐고, 관례상 사진촬영은 금지되었기에 아일랜드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식사진으로 로빈슨 대통령의 모습을 대신한다. <편집자주>

심정순 교수 -국가 원수가 세계 여성연극, 회의 및 연극제의 공식 대회장이 된 일은 로빈슨 대통령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 행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시는지요?

메리 로빈슨 대통령“저는 개인적으로 연극을 좋아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기 전 바쁜 변호사 시절에도, 가고 싶은만큼은 다 못갔지만, 될수 있는 한 많이 연극 구경을 갔습니다.

저에게는 극작가와 시인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예술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서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자연스럽게 아일랜드의 예술을 지원하게 되었지요.

세계 여성연극 회의와 연극제가 아일랜드에서 열린다고 들었을때, 그리고 공식 대회장으로 추대를 받았을 때, 많은 세계의 여성극작가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역사에 쓰여지지 않고, 누락된 그들의 경험을 함께 나눌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습니다.”

-이 회의 주제인 ‘국가적 정체성의 문제와 세계화의 문제’는 어떻게 보면 상반되는 문제로 볼수도 있겠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이 회의 및 아일랜드 여성의 문제와는 어떻게 연결될 수가 있겠습니까?

“세계 여성연극제와 관련해서 두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이야기 할 수 있겠지요. 우선은, 저의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밝힌바 있듯이 저는 역사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역사속에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저는 역사적, 문화적유산과 계승이라는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글을 썼습니다.

아일랜드는 독립을 위해 오랜 투쟁을 했고, 이점에서 세계의 많은 중진국들과 입장이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는 가난했었고, 기근이 들어 대인구이동으로 인구가 다른 나라로 흩어진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일랜드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민나갔던 아일랜드 후손들은 각기 자신들의 사회에서 지도자들이 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넓은 개념의 ‘아일랜드성’의 개념을 확립하고 있지요. 저는 이를 ‘아이리쉬 디아스포라(민족의 분산)’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문학도들 사이에는 한국인과 아일랜드 사람들의 기질과 정서가 비슷하다고 하는 생각들이 있는데, 아마도 역사적 억압의 공통적 경험과 정서를 아일랜드 문학에서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아일랜드 문학과 작가들이 가지는 광범위한 호소력은, 아마도 그들이 주변부의 입장에서, 박탈당한 입장에서, 어려웠던 역사적 경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일 수 없는 인간정신에서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일랜드 작가들은 주변부 입장에서 글을 쓰지만, 언어는 제국의 언어인 영어로 글을 쓰지요(웃음). 아마도 그래서 어려운 역사를 겪었던 국민들에게 특별히 더 호소력이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미래학자들에 의하면, 21세기에는 여성 리더쉽이 더 많이 등장한다는 관출도 있습니다. 여성 대통령을 가능케한 아일랜드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1990년에는 별로 가능하지 않은 것 처럼 보였습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로 지명받았을때, 저는 다른 관심보다도, 비행정 대통령은 아일랜드의 문화, 경계, 사회 및 더 광범위한 삶의 여러 면을 총괄하는 흥미로운 방식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여성들의 지위를 지지하고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도 포함 되었지요.

제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여성들의 자신감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의 여성적인 능력에 바탕을 두고,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일을 즐겁게 했습니다. 저의 희망은 확신을 가짐으로써, 여성으로서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직무를 더 잘 수행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입니다.”

-제가 만난 아일랜드 사람들은 하나같이 로빈슨 대통령을 열렬하게 지지했습니다.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비행정 대통령으로 어려운 정치적 결정은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세금을 올리겠다거나, 재정 지원을 안하겠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에서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납득할 수 있는 정도로 인기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그러나 인기 있다는 일은 저에게는 결코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니까요.”

-여성 대통령을 가능케 한 배경에는 가톨릭 종교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일랜드는 깊은 종교심을 가진 영적인 나라입니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또한 다문화적인 나라이기도 합니다. 가톨릭이 주요 종교이지만, 다른 종교 그룹들도 나름대로 풍요로운 기여를 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으로 생각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다른 종교 그룹들에게도 환영받는 것입니다.”

-아일랜드의 주요 현안인 여성문제들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많은 여성문제가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발전은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자신감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정치계에서도 더 많은 힘을 발휘하고자 합니다. 얼마전 끝난 선거에서, 하원의 여성의원 숫자는 20명으로, 지난번 선거와 똑같은 숫자입니다. 정치계 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 상업조합 운동에서, 지역사회발전분야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합니다. 이러한 모든 분야의 발전에서 저는 성별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또한 많은 뛰어난 여성작가들도 있습니다.”

-앞으로 문화의 부흥기가 온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아일랜드의 문화 정책, 특히 연극에 관한 정책과 지원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주십시오.

“아일랜드는 지금 예술활동이 매우 활발한 시기입니다. 1973년에 영국 및 덴마크와 함께 아일랜드가 EC(구 유럽공동체) 가입을 함으로써, 아일랜드는 주류 문화를 가진 다른 유럽국가들과 함께 파트너 관계를 맺었지요. 또한 주류 문화에 의해 희석되거나, 휘말리지 않고, 우리의 ‘아일랜드 성’을 더욱 명확히 정리하게 되었지요. 이러한 사실과 함께, 아일랜드의 괄목할만한 경제 성장으로, 정부는 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료 중에도 문화·예술장관이 있고, 아일랜드 문화원도 지원합니다.

또한 기업들도 좋은 기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예술의 후원자가 되야함을 깨닫고 있으며, 저 역시 기업의 장들에게 예술 후원자가 될 것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그림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일랜드는 예술적으로 매우 창의적인 시기에 있다는 것이며, 정부와 비정부기구 분야에서 예술을 지원 하고자하는 더 많은 기구들이 생겨났다는 것 입니다.”

-한국은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커다란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젊은 여성들과 세계의 젊은 여성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후반기에 유엔 인권위원회 고등판무관의 직책을 맡게되면, 저는 베이징 여성회의에서 확인된바 ‘여성의 권리는 곧 인권이다’는 입장을 반영할 것 입니다. 저는 매우 다각적인 방식으로 여성으로서 구체적인 공헌을 하고자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것이 구체화 될 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많은 대화를 해야 될 일이고, 제가 진전시키고자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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