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준/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지금 역대정권의 잘못된

인사가 불러온 폐해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지난 YS정권의 실패는 인사의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YS정권은 검증 없는 독단적인 인사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국정을 이끌어 나갈 인물에 대

해 정책적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가늠해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다. 또한 인사청문회 도입은 DJ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러나, DJ가 당선된 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인사청문회와 관련

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참여연대에서

는 이미 지난 98년 2월 12일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하여

‘국회법개정안’과 ‘고위공직자인사위원회법’을 청원하였다.

국회의 임명동의를 필요로 하는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등 17명의 고

위 공직자의 검증절차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 즉시 시행하고, 안기부

장·검찰총장 등 국회동의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은 고위공직자의

경우 위헌소지를 피해 국무총리 직속기구로서 고위공직자 청문을 위

한 고위공직자인사위원회 설치를 통해 검증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실망스

럽기 그지없다.

집권여당인 국민회의의는 지난 12월 7일 정치개혁방안을 확정하면

서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 등에 대해서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안을 확정하였다. 이는 ‘국회에서 선출되거나

동의 절차를 거치는 고위직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기관장에 대

해 인사청문회를 하겠다’는 애초의 대선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

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JP 총리인준과 관련해서 여·야 정쟁이 한창일

때, 자신이 집권여당이었을 당시에는 묵묵부답이었던 인사청문회법

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의 임명동의를 필요로하는 공

직자와 국무위원·각 부처의 차관·안기부장 등 고위직 공무원을 모

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다분히 JP 총리인준 거부 등을 고려한 정략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

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여야

하는 진정한 이유를 뒤로 한채 그때 그때의 정략적 판단에 좌지우지

되는 정치현실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고위 공직자의 인사에서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이유로 ‘인력의 적

재 적소 배치, 인사권 행사의 통제, 고위 공직자 임명과정에 국민의

참여’ 등을 꼽아 볼 수 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은 말할 것도 없

고 민주화 이후 들어선 김영삼 정부에서도 인사권의 남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인사청문회 실시는 국민적 합

의에 도달해 있다고 판단된다.

인사청문회 실시는 DJ정권의 핵심 공약사항이었다. 여당은 국민 앞

에 약속한 공약을 즉각 실시하여야만 할 것이다.

야당 또한 단순한 정치공세에서 벗어나 인사청문회 제도를 포함한

각종 개혁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할 것이다. 개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하나 하나 마련해 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 만연한 정

치권에 대한 전 국민적 불신의 늪을 벗어나는 초석이 될 것이다. 고

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다시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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