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년 가까이 홀몸으로 고생하면서 이제는 꽤 자리잡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 식당의 종업원들은 모두 여자들이죠. 홀아비 심정은 과부가 안다고, 모두 고생하며 살아온 아주머니들이니 가족같이 대하고 있죠. 또, 우리식당은 종업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하여 한달에 한번 정도는 회식을 해요.

그 날도 어김없이 우리식당은 회식을 했어요. 이번에는 다른 날과는 달리 주고객인 00회사 영업부 직원들과 함께 하기로 했어요. 우리끼리만 회식을 할 때에는 별로 흥이 나지 않았는데, 남녀의 구성비가 대충 50:50으로 균형이 맞으니깐 아주 신이 났었나봐요. 그날은 2차로 나이트클럽으로 가자는 거예요. 그래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택시와 승용차를 타고 나이트클럽에서 만나기로 했죠.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어요. 김씨 아주머니가 승용차로 나이트클럽에 오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거예요.

김씨 아주머니는 오래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우리식당에서 10년을 넘게 일한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죠. 이 소식을 전하려고 김씨 아주머니의 집으로 갔다가 아직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는 차마 말을 꺼내지도 못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유족보상금을 후하게 주기로 결심하고, 5천만원을 지급했어요.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업무상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 평균 임금의 1천일분을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저는 그 두배가 넘는 5천만원을 지급한 셈이죠. 이러한 제 처신에 대하여 종업원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했다고 하는데, 유독 저를 괴롭히는 곳이 있더군요. 바로 국세청이예요.

제가 김씨 아주머니에게 지급한 보상금 5천만원을 전액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에 대하여 엄청난 금액의 소득세를 더 내라고 고지했어요. 국세청은 김씨 아주머니가 사망한 것은, 일과후 회식을 마치고 나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의한 것이므로, 업무상 사망으로 볼 수가 없다는 거예요. 따라서 지급한 유족보상금도 업무와 관련없는 경비로 보아 소득세 계산시 비용으로 인정할수가 없다는 거예요.

어떡하죠? 인정많은게 죄인가요?

글쎄, 좀 애매모호한 문제로군요. 업무가 끝나고 한 회식이 주고객인 00기업의 직원들과 한것이라면, 사실상 업무 수행 중 사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용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보상금에 한한다는 국제심판소의 판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비용으로 인정되는 돈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1천일분의 평균임금인 2천3백만원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해주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을 규정한 것뿐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업자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근로조건 이하로 근로자를 대하는 것은 엄격히 벌하되, 그 이상으로 근로자에게 잘해주는 것은 권장해야 하는 것이 국가기관이 할일이라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국제심판소에서 근로기준법상 규정한 액수만 비용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사업자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최소한의 근로조건 이상으로 근로자에게 잘해주는 것을 국가가 앞장서서 막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국제심판소에서는 이러한 결정을 내렸지만,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에 가면 어떠한 결정이 내려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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