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빨리 김대통령은 확실한 대선자금의 내역을 밝히고 잘못된게 있다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한다.
더 살려고 발버둥 치면 본인은 물론 국민들이 피곤해진다.

한보정국의 끝마무리는 어떻게될까. 여기에 대해 지금은 자신있게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터널 끝을 기다리다 못해 굴 입구에 들어올 때를 되새겨보자. 지난해 말 안기부법, 노동법 날치기 통과 때문에 전국이 들끓을 즈음이다. 노동계와 지식인들은 이의 해법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과와 거부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 두기자회견은 오히려 ‘불 붙는데 기름 붙기’가 됐다. 기자회견 후 시체말로 “우리 대통령 맞아”라는 농담이 나돌 정도였다. 시중의 흐름을 전혀 못 읽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후 한보정국이 터졌다. 이미 증권가나 여러 곳에서 “한보부도”는 시기만 남았다는 루머가 돌고 있을때였다. 이시기를 선택한것은 노동법 정국을 덮으려고 더 강력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이해됐다. 일부에서는 더이상 한보를 봐주다가는 더 큰 문제가 발생 할 수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달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개방’ 때문에 외국은행이 몰려올 경우 한보 등에 빚이 물려있는 제일, 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의 경쟁력이 문제되기 때문이라는 말들을 했다.

어렵쇼. 사태는 계속 꼬여가기 시작했다. 자금수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의 수가 30여명을 넘어서자 ‘장난’이 아닌 수준이 됐다. 우리 국민은‘깨끗한 정치가’를 요구한 적이 없다. 적당히 ‘먹으면’ 그만인 것을. 그러나 도가 지나치다 싶어 화가 나기도 했으나 ‘그러려니’ 했는데. 정말 큰일난 것은 검찰이 ‘물타기’ 수준에서 조작한 것으로보았던 정치자금 수사에서 자꾸 ‘현철씨’ 이야기가 나오더니 결국 청문회까지 연결됐다.

청문회를 끝까지 보았던 인내심 있는 국민이 있었을까. 채널을 돌려봐도 온통 “기억이 안납니다” “전혀 모르는 사실입니다"만 계속 나왔다. 어느 누구도 현철씨의 눈물에 동정을 보내지 않았다. 아이들까지도 ‘악어의 눈물’이라고 놀려댔다.

며칠 뒤 현철씨는 돈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검찰수사의 개가 이기도 했다. 검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도 어느정도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심재륜 중수부장팀이 처음에 “앞만 보고 가겠다”고 했을때는 사실 믿지 않았다. 청와대의 직접 지시를 받는 검찰의 속성상 최고지도자의 문제를 수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어떤 조율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 정도 밝혀낸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다.

이제부터다. 현철씨의 대선자금 관리부분이 정권의 핵심인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까지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당선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한 액수의 거의 10여배가 넘는 3천6백억원설이 당시 자금관리자였던 신한국당 당직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어 <조선일보>는 한보자금만 9백억원이 대선자금으로 제공됐다는 설을 보도했다. 청와대가 발끈했다. 조직적인 ‘음모’라는것이다. 그동안 민주계 의원들에게 한보가 ‘검은 돈’을 제공했다는 보도에 대해 당사자들이 제기한 ‘음모론’의 연장이다.

국민들은 돈놀음에 지쳤다. 아이들 피자값도 비싸다고 느끼는데 몇천억, 몇조원등 감도 안잡히는 액수에 왜 국민들이 시달려야 하는가. 하루빨리 김대통령은 확실한 대선자금의 내역을 밝히고 잘못된게 있다면 국민들 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치권 전반이 그런줄 아는데 ‘하야’까지야 요구 하겠는가.

이미 현 대통령의 권위는 추락할대로 추락했다. 마지막 국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더이상 피곤하게 하지 말고 앞으로 재발을 막기위한 노력이다. 더 살려고 발버둥치면 본인은 물론 국민들이 피곤해진다. 국민들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필자 남영진(42)씨는 고려대 법대 행정학과를 나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간사,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냈으며 82년 <한국일보>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해 현재 한국기자협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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