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조카가 놀러왔다. 워털루 공과대학을 졸업한 그의 손가락에 반지가 하나 끼워 있었다. ‘철 반지’(iron ring)라고 했다. 토론토에서는 공과대학 졸업생들에게 모두 선사하는 것인데 가슴 찡한 역사적 기원이 담겨 있다. 1907년 퀘벡 다리를 건설하던 중 잘못된 설계로 인해 붕괴했다. 75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엔지니어의 불성실함이 빚어낸 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이 반지를 만들어 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너진 다리의 철근을 녹여서 이 반지를 만든다고 흔히 믿고 있으나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재료는 중요하지 않다. 전문가의 소명을 일깨우는 상징성이 핵심이다. 실패를 대충 덮어버리고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늘 떠올리며 뼈아프게 반성하고 거듭나겠다는 다짐이다. 토론토 시민들은 이 반지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고 그것을 끼고 있는 엔지니어들과 함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는다. 학연이니 동문이니 하는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공대 출신들이 그러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 직업 정신에 갈채를 보낸다는 것이 참으로 부럽다.

이공계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과학자나 공학도로서 살아가는 것이 고생만 많고 돈벌이는 되지 않아 기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경제적인 차원만의 문제일까. 그 분야 전문가들의 봉급을 올려주면 해결이 될까. 물론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공계의 커트라인도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직업적인 자부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공과대학에서 공부하는 단계에서부터 엔지니어로서 명쾌한 정체성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경직된 위계 구조 속에서 연구와 실험이 이뤄지고, 대학원생들이 허드렛일만 한다고 느낀다면 건강한 전문가로 성장하기 어렵다. 자신이 하는 일에 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전문가는 오로지 돈을 통해서만 보상을 구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공학도들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전국 곳곳에 수많은 시설들이 계속 세워지고 있고, 엄청난 아파트와 각종 인프라가 노후화되면서 그것을 안전하게 보수하고 유지하는 일에 막대한 돈과 인력이 투입될 것이다.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과 책임감이다. 그것은 외적인 요청이나 규율만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자신이 다루는 하드웨어와 시스템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담긴다는 상상에서 솟아나는 뿌듯한 보람이 모든 공정을 꼼꼼하게 만들 것이다.

한국은 경제 성장의 기적과 함께 부실 공화국의 오명을 붙이게 되었다. 외형적인 규모에 집착하고 과시하는 구태를 벗어나 그 인공물들이 빚어내는 삶의 질에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후손들이 즐겁게 살아갈 보금자리를 창조한다는 뿌듯함을 공학도들이 누릴 때 일에 대한 경외감이 우러나온다. 그러한 기풍(에토스) 속에서 생활환경은 안전하고 견고하게 창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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