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자가 히드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였다. 쿠키 한 봉지를 사서 빈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며 쿠키를 먹고 있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옆자리의 멀쩡한 신사가 쿠키 봉지에 손을 넣어 쿠키를 꺼내 먹는 게 아닌가. 매우 황당했지만 뭐라 하기도 멋쩍어서 말없이 쿠키를 먹었다. 그 남자도 부스럭거리며 쿠키를 집어 먹었다. 화가 났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 쿠키 하나가 남자, 남자는 쿠키를 반으로 딱 쪼개어 먹고 반쪽을 남기고 일어나 가는 것이었다.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

하지만 진짜 황당한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여자가 비행기에 타서 짐칸에 올리려고 쇼핑백을 들었을 때 거기에 아까 샀던 쿠키가 그대로 있는 게 아닌가. 오, 마이 갓! 여태 그 신사의 쿠키를 먹은 것이었다.

이 여자가 남자를 보는 시각이 얼마나 극적으로 바뀌었겠는가? 염치없고 뻔뻔했던 남자는 갑자기, 모르는 여자가 쿠키를 먹게 놔둘 정도로 마음이 넓고, 마지막 쿠키 반쪽을 남겨주는 유머 넘치는 신사로 바뀌었다. 사람을 보는 패러다임이 변화한 거다.

오래 전 나의 경험이다. 한 직원이 지각을 자주하는데, 꼭 15분 20분씩 상습적으로 지각을 했다. 사무실 분위기를 흐려놓는 것 같아 따로 불러 주의를 주었다.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하더니, 좀 지나니까 또 지각이 반복됐다. 이번엔 화가 났다. 자고로 모든 상사들은 자신의 말 한마디에 상황이 변화되길 기대하는 법. 그 직원을 보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잘못 채용한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을 했다. 

몇 주 지나서, 중견간부가 와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그 직원이 늦게까지 야근을 하느라 너무 힘들어 한다, 거래처가 새로 바뀌었는데 업무 시스템에 적응을 못하여 하나씩 가르쳐가며 일해야 한다. 엊그제는 힘들다고 울면서 하소연하더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이번엔 그 직원이 아주 가여워졌다. 힘들다는 말도 어려워서 못하고 몸으로 감당하고 있었구나. 그걸 몰라주고 지각만 나무랐으니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 불러서 야근했을 때는 다음날 늦게 나오라고 말해줬다. 다시 보니 그는 책임감이 누구보다 강한 직원이었고, 정말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직원은 변한 게 없다. 그를 보는 내 시각만 바뀌었을 뿐.

패러다임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행동을 바꾸느라 애를 쓰지만, 사실은 시각이 바뀌면 행동은 자연스럽게, 더 수월하게 바뀐다. 상사가 직원을 보는 ‘성과 내는 도구’라는 관점으로 보면 어떤 행동이 나올까? 직원은 하나의 톱니바퀴이고, 언제라도 대체 가능한 자원이다. 단지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하는 그 ‘인간’이 누구인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니 무시하는 행동, 잔소리와 질책이 따라 나온다. 

반면 코치형 리더들은 사람을 ‘성장 욕구와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본다. 직원들은 학습하는 영혼이 있는 존재이며, 동기부여가 되면 놀라운 목표도 성취할 수 있다. 이런 패러다임에서는 직원의 말을 경청하고 인정하며, 질문하는 행동이 나온다. 직원들을 주체로 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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