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세상을 익히고 만물을 치유하는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걷기 붐이 일며 여기저기 걷기 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도 올레 길을 시작으로 지리산 둘레 길도 만들어 가고 있고, 전국 방방곡곡이 길 만들기에 한창 바쁘다고 합니다.

그동안 오로지 속도만이 살길이라고 더 빨리만 염두에 두고 수많은 길들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나 고속철도를 만들기 위해 이 땅에는 수도 없는 땅굴이 뚫려야 했고 엄청난 다리가 놓여야 했습니다.

산을 뚫어서 굴을 만들고 강을 가로지르거나 새로 질러 다리를 놓아서 속도가 엄청 빨라졌습니다. 시간이 단축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빨라진 것만큼, 단축된 것만큼 우리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계산이 가능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우선 그렇게 하고 남겨진 시간만큼 우리는 좀 덜 바쁘고 좀 더 행복해야만 하는데 그런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 세상의 이치는, 절대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얻은 만큼 잃은 것이 더 많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너무 기계화되고 너무 빨라져서 거의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 즈음에서야 오로지 자신의 몸을 움직여서 거리를 줄이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답게, 가장 본능적으로, 그리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이 걷기가 아닐까 하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틱 낫한 스님은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걸음 안에 있다고 했습니다.

걷기는 삶의 속도를 조절해 주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자신의 평화와 기쁨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걷기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수많은 정보가 발바닥 근육에서 신경을 통해 대뇌 감각과 운동을 관장하는 감각령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다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몸의 균형이 잘 되어 있는지, 노면은 안전한지, 경사는 어떤지 등의 정보가 순식간에 뇌에 전달되고, 정보를 받아들인 뇌는 실시간 다리에 지시를 내리면서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는데, 사람은 뇌, 마음, 몸의 면역체계가 상호 연결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모든 정보가 대뇌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걷기만으로 육신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길을 걷는다는 것은 몸으로 세상을 익히는 일입니다. 길이 곧 교실이자 스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걸으면서 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역사와 문화와 생태를 배우고 익히는 것입니다.

걷기는 걷기만이 목적이 아니라 걸으면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것입니다. 또한 땅이나 공기, 물, 식물, 나무 등 여러 형태의 자연 에너지와 만날 수 있으며,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또 다른 나인 자연에서 내 몸을 돌보듯이 다른 사물들도 돌보며 걷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세상을 치유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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