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편안해야 기업도 성장…기업들, 필요성은‘예스’ 실천은 ‘글쎄’
관련 정부 부처, 가족친화 경영 확대 위해 정책 마련에 동분서주
가족친화 경영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추가비용의 부담 등 회사 여건상 이를 제대로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이는 기업이 가족친화 경영 도입으로 얻는 실질적 인센티브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국내기업 303곳(대기업 153곳, 중소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83.4%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가족친화 경영을 적극 실천한다는 기업은 8.6%에 불과했다. 회사업무 특성상 어렵고(40.6%), 추가비용이 부담되며(30.4%), 인력관리가 곤란하다(16.8%)는 이유에서다. 또 가족친화 경영을 실천 중인 기업 172곳 중 경영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기업은 66%를 차지했다. 직원들의 사기진작(80.1%)과 이미지 제고(49.8%), 이직률 감소(48.5%)에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친화 경영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 사항으로는 70.0%가 ‘비용 지원 확대’를 들었고 ‘인센티브 제공’(17.5%)과 ‘기업이미지 제고’(6.3%)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현재 정부가 주는 가산점 등의 인센티브가 기업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방증인 셈.
정부는 현실적인 출산장려정책의 하나로 일·가족 양립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며 가족친화 경영을 전체 기업문화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을 살펴보면, 먼저 노동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5년부터 매년 ‘남녀고용평등 우수 기업’을 선정해오고 있다. 특히 2001년부터는 고용평등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기업을 발굴해 ‘남녀고용평등 우수 기업’과 ‘남녀고용평등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2006년에는 12개 기업, 2007년에는 17개 기업, 2008년에는 8개 기업이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와 ㈜컴투스 등 총 17개 업체가 선정됐다.
남녀고용평등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면 3년간 기업 홍보물과 생산품에 남녀고용평등 우수 기업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또 조달청 물품입찰 적격심사 시 가산점을 받고 여성고용 환경개선자금 융자사업과 근로복지공단 근로자 장학금 사업 등에 우선순위를 부여받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남녀고용평등 우수 기업으로 인증 받은 것에 이어 2008년에 가족친화 기업에도 선정돼 눈길을 끈다.
일단 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 우수 기업 제도의 주요 내용은 여성 근로자의 고용기회 확대, 직업능력 개발, 모성보호, 직장과 가정의 양립지원 등 남녀고용 평등에 앞장서온 기업을 발굴·시상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건복지가족부의 가족친화 기업 인증제의 내용과 일부 겹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 임종환 사무관은 “남녀고용 평등 우수 기업 제도는 여성고용개선 실적과 모성보호, 직장과 가정의 양립지원, 능력개발의 양성평등 등이 평가항목”이라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이 주가 되는 가족친화 기업 인증제보다 포괄적이며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여성부는 인증제도는 따로 마련해놓고 있지 않다. 그러나 2008년 12월부터 ‘여성친화적 기업협약식’을 통해 기업 내 여성친화 정책·인식 확산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에 의욕적인 기업과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 STX조선, SK텔레콤, CJ제일제당, 국민은행, KT 등 현재까지 총 7개 기업이 협약에 참여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제도로 행정적·재정적 혜택은 없다.
현재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맡고 있는 가족업무가 여성부로의 이관이 확정되면 가족친화 기업 인증사업 역시 여성부로 옮겨가게 된다. 여성부 이정현 사무관은 “가족 업무가 이관되면 협약식과 가족친화 기업 인증제가 통합될 수도 있지만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가족친화 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이 대부분 컨설팅이나 서비스 지원 등과 관련해 자격심사 시 약간의 가점을 부여하는 데 그치고 있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일·가정 양립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현안 보고서에서 “가족친화기업인증제는 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부족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법인세 감면, 보조인력 채용비용 지원, 각종 시설설치 등 관련 투자비용에 대한 비용처리와 면세혜택 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