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길과 아이들의 길은 달라
동심 교류로 남북 물꼬 트기를

지금은 아득하지만 우리에게도 있었다. 가난 때문에 딸을 팔아치우듯 넘겼던 시절이. 그렇게 중국 상인에게 팔린 한 조선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중국 상인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쳐 인천항의 배 안으로 숨어들었다. 그녀를 도와준 뱃사람들은 그녀를 상자에 숨겨놓았는데, 그래서 그녀는 이름 대신 ‘상자의 여자’라 불렸다. 이 ‘상자의 여자’는 멕시코를 거쳐 쿠바에 자리 잡는다.

영화 ‘시간의 춤’은 1905년 조선을 떠나 쿠바에 자리 잡은 코레아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쿠바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금기의 국가였다. 그러나 이들은 조선인이었고, 이들에게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그저 낯선 땅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조국도 그저 ‘한반도’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북이기도 하고, 남이기도 하다. 북이 세운 학교를 다녔지만 아버지가 평생 흥얼거렸다는 노래는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애국가이다. 이들에게 남과 북이 갈라져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이 쿠바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당했을 고단함과 그리워했을 고향, 그러나 식민지와 분단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짠한 역사가 겹쳤다.

‘신종플루’는 올해 최고의 화제어다. 타미플루는 소화제 이름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하다. 가히 온 세계 공통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신종플루는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도 하였지만 역설적으로 세계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바이러스는 국경이 없으니, 우리만 안전할 방법은 없다. 모두가 안전해야 우리도 안전하다. 남과 북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월 18일 우리 정부는 신종플루 치료제 50만 명분을 북에 공식 지원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우리 정부가 직접 인도적 지원 물자를 북으로 보냈다. 그만큼 우리 정부는 신종플루 지원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크다고 본 것이다. 통일부와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진 등 남의 인도단이 개성에서 북의 인수단에 치료제를 전달하는 모습은 남에도 북에도 흔쾌한 장면이었다. 북도 기꺼이 감사함을 표했다. 신종플루 치료제의 지원은 북을 돕는 일이자 우리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사실 올해를 돌이켜보면 남과 북의 관계는 곡절도 많고 외줄을 타듯 아슬아슬한 경우도 많았다. 물론 북쪽의 정치가들은 종종 우리를 실망시킨다.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정치가들에 가려 북녘의 배고픈 아이들과 몸이 아픈 아이들에 대해 맘 놓고 얘기하기에 뭔가 껄끄러워질 때다. 정치의 길과 아이들의 길은 다르다는 어린이어깨동무의 믿음은 어수룩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어깨동무는 올 한 해 내내 포기할 수 없었다. 남과 북의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어깨동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북의 아이들을 돕는 것이 곧 ‘상자의 여자’가 그리워한 진정한 고향이 되는 길임을.   

‘상자의 여자’로부터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남과 북이 갈라서고도 50년이 흘렀다. 이제는 같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사이좋게 어깨동무 하고 노는 것이 일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분단을 겪은 어른들이 힘들다면 아이들부터 만나게 하자. 2009년을 보내며 다시 되새겨보는 꿈이다.

gabapentin generic for what http://lensbyluca.com/generic/for/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