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여대에서 열린 출산 서약식 충격적
여성인격 무시한 저출산 대책은 외면당해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출산장려를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보고, 낙태금지를 저출산 대책의 검토과제로 내놓으면서 여성계는 아직 풀지 못한 오래된 쟁점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정부가 연초만 하더라도 낙태금지 완화 차원에서 사회경제적 이유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었는데 갑자기 방향을 급선회하여 불법낙태 단속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 자체는 이미 참여정부 시절 문제의 심각성이 인지되어 관련법과 기본계획이 마련되어 추진 중인 사안이다. 다만 당시 정부의 정책적 표현들에서도 여성이 출산을 선택하는 주체라는 점보다는 출산율 제고의 대상으로 여성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화두가 다시 저출산 대책의 강조로 옮아가면서 우려했던 문제들이 드러나게 되었다.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시술 안 하기 선언을 했고, 이것은 크게 보아 생명에 대한 존중의식의 발로였겠지만 정부 측으로부터 불법 낙태 단속 강화 주장이 흘러나오는 터라 현 시점에서는 그대로 읽히지 않는 듯하다. 더한 것은 모 여대에서 최근 여자 대학생들에게 출산서약을 하도록 했다는 소식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출산서약은 저출산 타개에 적극 동참하자면서 적극적 출산, 낙태방지 그리고 가정의 화목에 여대생들이 앞장서겠다는 내용이라고 한다.(이런, 대학은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었던가.)

각종 조사에서 나타난 저출산의 원인은 자녀 양육과 교육비, 가치관의 변화와 직장과의 양립의 어려움 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누누이 지적되어 왔다. 심지어 요즘 학원가의 입시설명회에서는 ‘남자’ 강사들이 ‘여자인 어머니’ 들에게 왜 자녀를 이렇게 많이 낳아서 경쟁으로 고생하느냐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출산에 대한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출산 대책이 성공하려면 이런 저런 정책을 나열할 것이 아니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의 몸을 단순히 인센티브 혹은 단속이라는 유인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발상부터 바꾸어야 한다. 출산의 문제는 인격 그 자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출산 여부에 대한 여성의 선택을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나오고, 그 선택이 긍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국가의 노력과 의무가 도출되며 나아가 불가피한 낙태의 사유로서 사회경제적 이유도 인정되고, 여성의 안전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고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인격권에 대한 성찰 없는 저출산 대책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비록 우리 사회가 낙태와 출산의 문제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시각에서 언어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출산의 주체는 최적의 환경을 고려해 가부를 선택한다는 점을 정책관계자들은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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