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결혼인식 조사 논란
"88만원 세대라는데 연봉이 4600만원?" vs "그냥 희망사항…꿈도 못 꾸나"

우리나라 20~30대 미혼 남녀의 결혼 인식을 조사했더니, 배우자의 조건으로 여성들은 연소득 4579만원에 자산 2억1587만원, 키 177.34㎝인 남성을, 남성들은 연소득 3242만원에 자산 1억4438만원, 키 163.93㎝인 여성을 이상형으로 꼽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팀이 지난 10월 20일부터 11월 9일까지 한 결혼정보회사와 함께 전국의 20세 이상 39세 이하 미혼 남녀 975명(남성 503명, 여성 472명)을 대상으로 연구, 발표한 내용이다.

이는 통계청에서 집계한 대한민국 평균 초혼연령(남 31.7세, 여 28.3세) 남녀의 실제 상황을 기준으로 볼 때, 연봉은 통계청이 집계한 남자 2994만원, 여자 2103만원을 훨씬 웃돌고, 키도 통계청 발표 평균 신장인 남성 173㎝, 여성 161㎝를 3~4㎝ 웃도는 것이다. 결혼적령기는 남성 평균 31.24세, 여성 평균 30.02세로 엇비슷했지만, 본인이 결혼하고 싶은 나이는 남성 33.16세, 여성 31.08세로 현재 미혼 남녀들의 초혼 시기보다 1~2세 많았다.

최고의 배우자 직업으로는 남녀 모두 1위(남 14.34%, 여 15.79%)로 ‘공무원·공사’를 선택했으며, 배우자 선택 시 고려사항 1순위 역시 ‘성격’(남 30.4%, 여 29.1%)으로 남녀가 같았다. 그 다음으로 남성은 ‘외모’(20.5%), ‘경제력’(10.2%), ‘가치관’(8.5%), ‘가정환경’(8.5%), ‘직업’(7.6%)을, 여성은 ‘경제력’(23.1%), ‘직업’(13.4%), ‘가정환경’(11.1%), ‘가치관’(6.7%), ‘외모’(6.7%)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가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조사 결과와 조사 보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기준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싶은데 발표 내용 보고 좌절했다”며 “이런 조사는 왜 하는 건데! 외모지상주의에다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기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열등감과 자괴감까지 주려고 안달이구나”라고 화를 냈다. “그래서 서로 결혼을 못하고 독신이 많은 거군요. 배우자를 찾는 건지, 스폰서를 찾는 건지?”라는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연소득 4579만원에 배우자 선호 직업은 공무원. 7년차 정도면 5급 행시 출신조차도 연소득이 3600만원 정도고, 7급은 3000만원 초반, 9급이 3000만원 이하인데, 대체 현실 인식은 하고 있는지”라거나 “난 저기 나와 있는 신붓감 1위 직업인 공무원(1년차)인데, 내 연봉 1800만원”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으며 “남자 연봉 4500 정도나 여자 연봉 3200 버는 사람, 20~30대에서 보기 힘든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저 스펙은 OECD 평균 소득보다도 높으며 키는 미국의 평균 키보다 높다”라고 단정 짓는가 하면 “88만원 세대라는데 연봉이 4600만원?”이라는 글도 보였다.

반면, “그냥 희망사항이다. 꿈도 못 꾸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많은 누리꾼들이 거부감을 보이는 데 대해 “단지 이상형이 그렇단 거지. 이상형에 대한 말도 못 하는 이곳은 공산국가냐?”고 어이없어 하는 글도 있었다. “말로는 미스코리아와 결혼하고 싶다고 못하겠어? 그러니 열폭하지 마셈”이라고 올리기도 했다. “드라마가 눈만 높여가지고. 드라마 보면 나이 20~30대가 대기업 기획실장이니 하면서 나오는 것 보면 기가차서~”라며 “대안은 드라마를 현실성 있게 만드는 것뿐이다”라는 주장도 눈길을 끌었다.

상당수 누리꾼들은 “열심히 살고 성실하고, 건강한 배우자를 만나는 게 최상의 조건입니다. 아프면 병원비, 사치와 낭비, 심하면 많은 연봉도 꽝입니다. 또 게을러 보세요. 못 말리는 평생 고질병입니다. 허영심 있는 사람은 도박이나 주식 하다가 몽땅 다 날리기도 합니다”라거나 “배우자는 무조건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보듬어 주는 상대가 최고여~” 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는데, 제발 된장남 된장녀로 전락하지 말고 우리가 노력해서 이루자”라고 적었다.

인터넷상에서의 남녀 누리꾼들의 배우자 조건은 발표된 조사 결과와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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