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사고·판단력 키우는 훈련해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살아가며 매우 탐구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타인을 관찰하고 해석하여 이해하고 예측하는 일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발표된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작가인 김경욱씨는 한 인터뷰에서 “나에게는 이 세계가 거대한 한 권의 책으로 보인다”면서 “사람도 책으로 보이니까 내게 살아간다는 것은 일종의 독서이고, 소설 쓰기는 일종의 독후감”이라고 말했다.

무릇 전문가들만이 탐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우리 모두는 매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다른 사람과 사회 전체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예측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 ‘탐구생활’을 좀 더 합리적으로 행할 수 없을까. 좀 더 실제에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26년간 여론조사를 직업으로 해 살아오면서 특히 선거철에 받는 질문이 있다.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A후보를 지지한다는데 신문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크게 다르다며, 정말 여론조사가 맞긴 한 것이냐는 질문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년 6월이면 지방자치단체선거가 실시되어 2010년 상반기엔 수많은 선거 여론조사가 행해질 것이다. 그럼 또 같은 질문을 받게 되리라 예상된다.

사람들은 수천 년간 “무엇이 실제인지 어떻게 정말 알 수 있는가?”란 질문을 해 왔다. 그 해답 중 하나가 과학이다. 무엇이 과학인가.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실제를 받아들이기 전에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기준을 가지고 있다. 과학적인 주장은 논리적이고 경험적인 입증이 필요하다. 즉 수긍할 만해야 하고, 실제 관찰과 상충돼서는 안 된다.

과학적인 절차를 벗어나서 행하는 일반적 오류는 부정확한 관찰, 과잉 일반화, 선별적 관찰에 기반 하는 경우들이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만나는 사람들이란 지역, 계층, 교육수준 등에 따라 제한적이다. 다양한 계층을 만난다 해도 선거 같은 정치적 선택에 대한 토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를 수행할 때 ‘표본의 대표성’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또한 질문의 객관성, 과학적 절차를 엄격히 수행하는가 여부 등 결국 같은 설계와 방식으로 조사를 수행한다면 누구라도 어떤 범위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절차적 타당성에 기반 한다. 이는 다시 말해 과학적 절차에 따라 수행된 결과란 칼 포퍼의 반박 가능성이 큰 경우에 그 연구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음을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행하는 우리들의 탐구생활이 과연 정당한가를 과학적 기준에 따라 객관화시켜 본다면 우리들은 좀 더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과학과 다른 사회과학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역사, 사회생활이라는 묘미 아니겠는가.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우리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더 노력하겠지만, 유권자인 우리 모두의 참여로 우리 사회가 좀 더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간다면 보람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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