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내면 깊숙이 진정한 자아와 만나야 할 때

유럽 출장길에 옆자리의 20대 후반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가 ‘서른 즈음엔 어떠셨어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맞다. 그녀는 29세로 이제 곧 서른을 맞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이제 직장생활 10년차로 회계부문에서 일한다는 그녀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 할 수 있겠다.

‘서른 즈음’은 “잔치는 끝났다”인 시기가 아닌가. 학교 공식 교육과정을 대부분 마쳤고, 이미 직업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도 5~10년이 흐른 시점. 아직 미혼이라면 결혼에 대한 압박이 심화되는 시점. 학생 때와는 달리 앞날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시작되는 시점이 아니던가. 마치 ‘마음은 원숭이처럼 뛰고, 생각은 말처럼 달리는 시기(心猿意馬)’이다.

이제 기대 수명이 거의 100세를 향하고 있다.

긴 삶의 여정을 20년씩 세 개의 시기로 나누면 학습활동기, 경제활동기, 사회활동기로 서른 즈음은 본격적인 경제활동기로 접어드는 시기다. 나는 그때 대학, 대학원을 마치고 첫 번째 직장이던 정부출연 연구소에 다니며 82년생인 딸도 키워야 했던 시기다.

학부와 석사과정의 탐색기, 직업으로서 ‘조사전문가’를 수련하던 시기였다. 돌이켜 보면 그 시기의 선택과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것이다.

“그 시절 어떠셨나요?”란 물음은 다시,

1. 이 일을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가?

2. 나는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가?

3. 이 일의 미래는 어떠할까? 로 다시 물을 수 있다. 1,2는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답을 찾을 수 있다. 부모, 친구 등 주변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들어가 진정한 자아와 만나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일의 산업적 전망은 어떻게 알 수 있나.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가늠해 보는 일도 중요하나, 각 직업 분야의 기본기를 탄탄히 한다면 어떤 사회적·경제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낼 수 있다. 나의 20대 학창시절엔 ‘조사전문가’란 직업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던 분야이고, ‘사장’을 꿈꾸지도 않았었다.

또 그녀가 묻는다. 제가 대학도 안 나오고 자격증도 없는데요 하고. 함께 가던 동료와 내가 동시에 답한다. 입직 과정에선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서른 즈음엔 현재 직장 혹은 새로운 직장에서 평가하는 기준은 학력, 자격증보다는 그동안의 업무실적과 그 일에 대한 전망을 본인이 어떻게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M. Hammer(M. 해머)는 ‘문제는 같지만, 답은 다르다’고 한다. 나의 세대가 직면한 문제와 내가 풀어본 답은 지금 세대에 같은 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나, 하나의 참고서로 여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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