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전문가들 문제제기
여성계 "기왕 하려면 제대로 해라"

여성부(장관 변도윤)가 제정 예정이라 밝힌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두고 여성인권단체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여성부는 지난 7일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에서 성폭력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사항을 분리하여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현행 법무부 소관의 성폭력특별법을 여성부 소관의 피해자 보호법과 법무부 소관의 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성폭력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한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러한 ‘분리’ 입법 소식에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이윤상),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상임대표 양해경),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소장 이임혜경),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소장 배복주) 등 여성단체들은 “행정 편의적 입법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그간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온 성폭력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처 간 기능 분리에만 초점을 두고 성급하게 입법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입법을 유심히 살펴보면, 현행 성폭력특별법에서 ‘피해자 보호·지원시설의 설치·운영’에 관한 조항들만 따로 분리하여 여성부 소관 법률로 제정했으며, 기존의 논쟁이 되고 있는 내용들은 여전히 법무부 소관 법률에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이번 입법을 두고 대부분의 여성단체들은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여성부 소관 ‘보호법’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해 여성단체들은 공통적으로 크게 세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올 봄 여성단체들이 여성부에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영되지 않은 사항들이다.

첫째, 2조의 ‘성폭력’ 정의 규정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정의 규정에 따르면, 법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만 ‘성폭력’으로 보게 되어 피해자 보호에 근본적인 한계가 노출된다.

둘째, 성폭력 관련시설의 종사자는 9조 신고의무에 따라 19세 미만의 미성년 피해자를 알게 된 때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점이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성폭력 관련 시설 측의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내용이다. 여성단체들은 “신고의무 조항이 동법 29조 비밀엄수의 의무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셋째, 24조 경비보조 조항의 문제다. 즉 시설에 대한 정부의 경비 보조를 시설에 대한 평가와 연동하도록 한 점이다. 여성단체들은 “여성부 예산이 축소된 상황이긴 하나, 평가가 단순히 경비 지원과 연동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지난 3년간 진행돼온 사회복지시설 평가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지고, 시설 간 불필요한 경쟁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덧붙여 여성단체들은 성폭력 관련 시설들이 처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도 제기한다. 성폭력 관련 시설들이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사회복지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성폭력 관련 시설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다른 사회복지시설들에 적용되는 신상공개, 사회복지정보시스템 사용 등을 무리하게 성폭력 관련 시설들에도 적용하는 문제점이 뒤따른다.

이러한 여성단체들의 의견 개진에 대해 최성지 여성부 권익증진국 과장은 “성폭력 정의 규정은 마지막까지 여성단체들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으며, 가정폭력 관련 시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며 “이번 개정안에서 여성단체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모두 담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현재 여성단체들은 향후 시행령이 마련돼 좀 더 내용이 구체화되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 3일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성폭력 관련 여성단체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형법과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곽 의원의 형법 개정안은 여성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친고죄 폐지와 친족에 의한 가중처벌 범위 확대(4촌까지), 유사성교행위의 처벌 등을 담고 있으며,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은 장애인의 ‘항거불능’ 단어의 삭제, 성폭력 범죄의 객체를 ‘여성’에서 ‘사람’으로 확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지난 17대 국회 때에도 공청회 등을 거쳐 임종인 전 의원 대표발의로 제출됐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된 전력이 있다.

법무부는 현재 형법의 전반적인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성폭력 관련 여성단체들은 지난 6월, 성폭력·가정폭력·간통죄·혼인빙자간음죄·성매매 등과 관련해 법무부 형법개정위원회에 ‘형법 및 형사특별법 개정 방안에 대한 여성·인권단체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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