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순 경기도의원, 여성의원 연대로 사퇴 위기 넘겨
비례에 강요되는 사직서 관행 “국민 우롱 처사” 분노

비례대표 4년 임기 중 2년만 의정활동을 하다 사직하는 정계 관행이 여성 의원들의 문제 제기와 연대로 도전에 직면했다.

의원직을 사퇴해 다음 순번 의원에게 임기를 넘겨주는 ‘의원직 나눠 먹기’ 관행은 지방의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비례후보들은 “의원에 당선될 경우 2년 뒤 사퇴하겠다”는 사직서에 사인을 하고서야 비로소 후보 등록이 가능했던 것.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에 제동을 걸 법이나 제도가 전무하고, 중앙당조차 이를 수수방관한다는 것이다.

7월 22일 경기도의회 제242회 본회의에서 박덕순 의원(민주당 비례대표, 약사)이 낸 사직의 건이 과반을 넘기지 못해 부결됐다. 표결은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반발해 야당 의원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여해 진행됐다.

보건복지가족여성위원회와 여성특별위원회 소속 여성 의원들은 본회의에 앞서 “비례대표 제도는 의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직능대표에 대한 배려로, 의원직 나눠먹기의 흥정 대상이 아니고 4년의 도의원 임기는 어떤 외부 압력에도 침해받아서는 안 되는 권한”이라며 남성 의원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박 의원은 사직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사퇴해야 했었다. 그런데도 계속 의원직을 유지하자 다음 순번 남성 후보가 1년간 “조폭 수준”으로 그를 괴롭혔다. 결국 그는 7월 7일 사직서를 제출, 이를 표결에 부쳤던 것. 그러나 ‘부결’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는 “문제의 남성 후보가 이젠 내 약국 앞에서 시위 중”이라며 “12월 2일 이후엔 사직서를 내도 비례 승계가 안 되기에 남은 4개월간 계속 괴롭힐 작정인 것 같다”고 전했다. 당 일부에선 “사직서를 냈으면 잘 수리되게 할 것이지 왜 한나라당 도움으로 살아남았느냐”고 힐난까지 했다.

파주시 최초의 여성의원인 전미애 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 시인)의 경우, 후보 시절 사직서를 지구당위원장이 임기 2년이 되던 지난해 7월 시의회 의장에게 건네 사퇴를 유도했다.

이에 그는 “사직서는 무효”라며 의장 앞에서 사직서를 찢었고, 경찰서에 ‘공문서’ 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그는 의정부 지원에 “시의회의 의원직 제명처분 효력 정지신청”을 내 승소했으나, 시의원들이 “의원직 박탈” 징계안을 통과시키고 소송을 걸어 결국 지난 1월 사퇴했다. 

이에 여성 지방의원들은 “여성계가 여성 비례대표의 현황을 조사해 그 결과를 가지고 중앙당에 압력을 가해줄 것”을 희망했다. 유권자들도 “이런 정치권의 밀실야합은 국민의 선택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사기 행위와 다를 게 뭐 있느냐”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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