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석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정당공천제 폐지 시 협상 테이블에서 ‘여성’ 목소리 크게 내야
정당공천제 유지 시 후보기호 추첨제 고수·여성후보 보조금 확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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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석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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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2006년 5·31 지방선거 직전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 대표를 맡아 이끌어온 오유석 성공회대 교수(민주주의연구소). 제도 개선이 상당히 이루어진 상황에서 치러진 5·31 지방선거의 경험은 그에게 많은 숙제를 안겨줬다. 중앙정치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광역의회의 한계와 직접적인 풀뿌리 정치 창구가 되는 기초의회에서 어떻게 중앙정치의 간섭을 배제해내느냐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근저엔 여세연 본연의 목표, 즉 어떻게 하면 더욱 더 많은 여성을 정치에 진출시키느냐는 과제를 뛰어넘어 시민사회가 어떤 형태로 정치에 참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 있다. 우리 현실에서 “시민사회가 정치에 개입하고 싶다면 그에 대한 기획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도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진정한 풀뿌리 정치 실현을 위해 여성들이 할당제보다는 스스로 정치 주체로 설 수 있는 방안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폭염과 폭우가 오가는 8월 3일, 정동 여성신문사에서 김효선 발행인의 대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 대표는 “(이런 고민들 때문에) 2010년 지방선거를 일찍부터 준비해왔으면서도 여세연의 명확한 입장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러나 광역에선 현재의 여성할당제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고, 정당정부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동시에 선출직에서 30% 여성할당을 강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엔 변함이 없다. 이와 동시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정당공천제 배제 문제에 대해선 “시민단체 전체가 기초의회에서의 정당공천제 배제에 합의한다면 우리도 이에 반대하지 않겠다”면서 단, 정당공천제 배제가 불가능해질 경우엔 운동을 통해서라도 2002년 지방선거 때처럼 후보 기호 추첨제를 꼭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의 2010년 선거를 대비한 구체적 전략을 듣고 싶다.

“여세연은 기본적으로 가능한 한 많은 여성이 제도정치에 진입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즉,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해서 각각의 정당에 더 많은 여성들이 확보돼 후보로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광역은 정당정치와 맞물린 성격이 강해 현실적으로 그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활동과 분리하기 힘들다. 때문에 광역은 지금의 제도 속에서 함께 가야 할 것이다. 광역에선 현재의 할당제를 더 확실히 구축해 정당정부 비례대표제를 한층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선출직에서 여성할당 30%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단, 기초는 중앙정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풀뿌리’ 혹은 ‘생활정치’로 가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초의회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돼야 하는가.

“기초의회야말로 가장 직접적인 대국민 접촉 창구다. 기초의회의 두 가지 중요 기능, 즉 예산 감시와 필요한 조례 제정은 그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으면 실제로 효과를 내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정당공천 완전 배제와 시민단체 참여 허용을 제안하고 싶다.

기초의회엔 지역을 정말 잘 알고 지역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 기초는 정당과 밀접히 연관돼 정치할 단위라기보다는 행정과 부딪치는 직접적 창구가 된다. 여기엔 보수와 진보, 개발과 균등 등의 이데올로기보다는 지역의 현안을 가지고 협조와 타협을 조정하는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시민단체의 기초의회 진출이 허용될 경우, 오히려 여성 후보들의 진출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정당공천을 배제할 경우, 여성 쪽에선 비례로 확보한 의석 수를 잃을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당명부식으로 실질적으로 가고, 중대선거구제로 지역을 묶어 정당명부 리스트를 20~30명 뽑게 해서 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한편에선 지역 내 여성단체들이 뭉쳐 후보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의 협상 테이블에서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어떻게 ‘여성’ 자리를 확보할 것인가를 더 고민하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 전제가 없다면 협상 테이블은 무의미하다.”

-시민단체가 또 하나의 대안적 정치세력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

“어떤 정권도 장기집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번 기회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당정치에 걸맞은 연대체를 구축하고 후보를 내면서 비례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운동과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선, 단체의 목적을 지금의 정당정치를 활용해 실현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일본의 가나가와(현) 네트워크를 역할모델로 들고 싶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상시적으로 가동함으로써 지역살림에 참여하게 해주는 통로가 되는 엄브렐라(umbrella) 조직이 바로 그것이다. 시민사회는 엄브렐라 연대체를 만들어 후보를 내 집중 지원하고, 선거 이후엔 좀 더 느슨한 연대체로 전환해 후보의 활동을 모니터링 하는 등의 전 방위적 지원 말이다. 성미산 공동체 같은 아주 자그마한 공동체들이 자기 후보를 내고 당선시킬 수 있다면, 이건 바로 시민단체가 아래에서부터 정치를 바꿔보자는 시도와 기획력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정당공천제 하에선 실질적으로 유일한 현실적 방안은 친박연대 같은 연대체를 만들어 정당 등록을 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면에서 여성 후보의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공천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정당마다 여성 인력풀이 모자라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민주당은 운동과 정치가 오버랩된 정당이다. 운동권의 많은 사람들이 정치로 갔지만, 이들 대부분이 남성이다. 게다가 인력풀이 필요하면 운동권에서 극히 소수만 발탁했기에, 성별로도 수적으로도 열세다. 적극적으로 지지자를 많이 만드는 노력을 통해 인력풀을 확장해야 한다.

반면 한나라당 같은 보수당은 운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동일한 입장의 외곽 단체들을 통해 인력을 충원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여성 인력풀이 크고, 이들 단체가 배출한 여성들이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임기를 끝내면 다시 단체로 회귀하는, 일종의 순환보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또 문제다.” 

-지난번 여세연과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전여네)가 기초·광역 여성 의원 5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을 보니, 응답자의 70% 이상이 내년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했다는데.

“기존 현역이 당내 경선에 불리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 지역구 여성 30% 할당을 강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30%의 여성들을 당선 가능한 곳에 출마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천심사위원회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을 여성단체들이 해야 한다.

한편으론 권고 규정인 지역구 여성 후보 30% 할당에 대해 실질적으로 여성 후보를 많이 내는 정당에 대해 인센티브로 주는 국고보조금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 전국에 후보를 못내 불리하니, 군소 정당이 거대 정당의 우선권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이 보조금을 후보 개인별로 가게 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도 여성계가 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세연이 창립된 지도 어언 10년이다. 이는 또한 여성할당제 등 여성정치 확대 10년과 맞물린다. 오유석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새판을 짜기보다는 그 판을 메워온 셈이다. 여세연의 지난 10년을 평가해 봐도 새판을 짜지 않는 한 갈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었다”고 토로한다. 정치를 기획하고 참여해 여성 의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의정 감시와 동시에 평가까지 하려 했던 것이 여세연의 목표였는데, 이 작업이 그리 쉽지 않았다는 것.

우선 여세연 차원에서 여성 후보를 만들기가 어려운 데다가 선거에 출마하려는 여성들은 정당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더 쏠리게 마련이다. 여성이슈도 단일화되지 않았고, 특정 어젠다도 없으며, 또 여성들이 정당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도 있다.

그는 성 인지 예산 등 다양한 여성 어젠다를 중심으로 연대할 수 있는데 “왜 여성들은 아직도 여성 정당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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