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의도, 양육 능력 상관없이 신고만 하면 ‘OK’
양부모 자격심사, 협의파양 폐지 등 법 개정 시급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5월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지난 13일 ‘입양관련 법과 제도 개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5월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지난 13일 ‘입양관련 법과 제도 개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아동을 입양할 때 법원이 양부모의 양육 의지와 능력을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아동의 복리를 위해 입양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친부모가 거부하더라도 입양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는 제4회 입양의 날(5월 11일)과 입양주간(11~17일)을 맞아 지난 13일 ‘입양 관련 법과 제도 개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상용 중앙대 법대 교수는 “현행 민법은 신고만 하면 간단하게 입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입양 동기나 양부모의 양육 능력, 범죄·질병 기록 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입양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양자 될 아동의 복리가 위태롭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다른 목적을 위해 입양을 남용하는 경우도 사전에 저지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모든 입양에 법원의 재판절차를 거치도록 하면 아동의 보호에 충실을 기할 수 있고 입양제도의 남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재판절차가 부담이 된다면 법원의 확인을 거쳐 입양의사확인증명서를 발급하는 등 간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파양을 할 때도 법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입양과 마찬가지로 파양도 입양 부모가 신고만 하면 양친자 관계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파양 이후 아동을 어떻게 보호하고 양육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법적 규정이 전무한 상태다.

김 교수는 “입양 부모가 이유 없이 파양을 선택할 수 없도록 협의파양제도를 폐지하고 재판상 파양만을 인정하거나, 적어도 법원의 확인절차를 거쳐 양친자 관계가 해소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양 재판과정에서 아동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고, 파양 후 양육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복지사나 변호사 등 아동을 대리할 수 있는 절차보조인을 선임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여러 나라가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절차보조인제도를 도입·운용하고 있으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민법은 해당 아동에게 입양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더라도 친부모나 법정대리인이 거부하면 입양이 불가능하다. 자녀의 복리보다 부모의 친권을 앞세운 탓이다.

김 교수는 “자녀를 학대·방임했거나 자녀가 위탁가정에서 성장하는 동안 이유 없이 연락을 하지 않는 등 자녀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친부모가 입양 동의를 거부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법원이 입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입양은 친생부모가 직접 양육할 수 없는 아동의 보호와 양육을 위해 마련된 제도로 이해해야 한다”며 “친부모와 동일하게 자녀를 양육해줄 가정에 입양시킬 기회가 있다면 자녀의 복리가 부모의 이익(자녀와의 친족관계를 유지하는 이익)보다 우선해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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