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빠른 경영전략으로 시장 적응·기업 이미지 상승 노려
총수 일가 조기 주식 증여 증가…비용절감 효과 극대화 도모
‘스피드 경영’이 대세다. 남들보다 늦게 움직여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변화의 폭을 감지, 한 발 더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를 가로막는 장벽들은 높기만 하다. 변화에 필요한 금전적인 문제, 전략의 부재, 위기와 기회에 대한 선택과 집중, 안전과 불안의 심리적 요소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렇다고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변화를 요구하는 이때에 무사안일만을 추구하다가는 큰 위기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지금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스피드’다.
재계에서 암묵적으로 오랜 기간 내려온 일종의 ‘성공 경영전략 방정식’이다. 혹여 최초가 아니라면 경쟁사보다 1분이라도 빨라야 한다. 때문에 기업들은 저마다 내부적으로 사회 흐름을 파악, 트렌드를 이끌어내기 위한 경영전략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최고의 경영활동을 위해선 사회흐름을 먼저 파악, 이에 발맞춰 기업의 변화를 꾀해야 가능하다. 대기업들이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경쟁사와 관련된 각종 정보 수집에 집착을 하는 이유다.
최근 재계는 ‘스피드 경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된 움직임은 어느새 중소기업의 경영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피드 경영은 말 그대로 ‘빠른 경영’을 목표로 추구한다.
일례로 아가방에서 경인년인 2010년 유아복 출시를 앞두고 5월 초부터 호랑이 캐릭터 디자인 응모에 나섰다. 과거 7~8월에 디자인 응모를 했던 것에 비해 1~2달가량 빠른 움직임이다.
특히 유아복 업체 중에서는 가장 빠른 디자인 응모로 임신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디자인 공모 등으로 주변 관심도 증가와 함께 경쟁사 대비 내년 매출 상승을 꾀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신종인플루엔자의 백신 생산을 위해 빠르게 움직인 녹십자도 스피드 경영의 대표주자다.
녹십자는 지난달 28일 정부가 백신 생산을 밝히기 하루 전인 27일 백신 균주를 영국 국립생물기준통제연구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이후 녹십자는 정부보다 빠른 대응력을 발판으로 소비자와 제약업계에서 높은 신뢰도를 얻고 있다.
삼성그룹과 신세계백화점의 태양광 사업 진출 역시 스피드 경영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재계는 양 사가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것은 ‘녹색성장’이 경제 화두가 될 것이란 점을 사전에 인지, 움직인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남들보다 먼저 움직여 정부와 긍정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향후 사업 확장을 꾀하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약과다. 스피드 경영이 확산되고 있는 분야는 또 있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이양도 과거에 비해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세계경제 위기를 겪으며 국내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데도 불구하고, 대기업 총수 일가는 꾸준히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시장 상황에서 주식 매입은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다.
그러나 대기업 일가는 시장의 분석에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주식을 매입했고, 자녀들에게 매입한 주식을 증여했다.
대기업 오너 일가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 지분을 사들여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을 통해 향후 증여세 등 경영권 이양에 들어갈 각종 비용절감 효과를 사전에 톡톡히 누린 것으로 전해진다. 또 경기 상승과 함께 당초 투자금액 대비 큰 폭의 차액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때 ‘변화’라고 하면 구조조정을 생각하기 쉽다”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미리 미래의 큰 그림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성공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스피드 경영의 경우 향후 진행 상황을 미리 인지, 움직여 변화에 성공한 경우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과거 경영 흐름은 경영자의 손에 움직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직원들에 의해 기업의 생사가 결정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경영자의 경영방식이 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 상황에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남들보다 먼저, 빨리 투자하고 움직이는 일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이미 스피드 경영을 통해 직원들의 창의성을 고취시키고, 미래를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성장발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룹 내 최대 고민거리인 경영권 이양도 쉽게 풀어내기까지 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이 같은 변화는 대기업은 성공을 늘 보장받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변화를 통해 빠르게 스피드 경영에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안정된 현재를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할 것인가. 선택의 주사위는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