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공개변론…위헌 판가름 변수 될 듯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지난 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09명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한·일 청구권 협정 부작위 위헌 확인’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양측의 대리인·참고인과 재판관 사이에 오간 질의응답에서 불거진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다.

한·일 정부가 1965년 6월 체결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 청구권 협정)’의 2조는 “양 체약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 대리인으로 나선 이석태 변호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며 “65년 당시 알지도 못했던 피해에 대해 협정을 맺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피해자들 역시 정부에 협정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참고인인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협정문 어디에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언급이 없고, 협정 대상도 애매하다”며 “65년 협정은 일제 식민 통치에 대한 대가가 아닌 영토 분할에 따른 경제 문제 해결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협정을 통해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측 참고인으로 나선 정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 정부의 해석에 힘을 실었다.

정 교수는 “전쟁 후 피해 사실과 규모를 일일이 조사하고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해·피해 양국이 협정을 맺을 때 일괄적으로 타결하는 것이 통상적 관례”라며 “물론 협정 이후 피해 사실이 규명된 경우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청구권이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한국 정부에 청구권 문제 해결을 위한 헌법상 의무가 있느냐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두 번째 쟁점은 외교적 보호권에 대한 국가의 재량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다.

외교통상부 측 대리인인 황상현 변호사는 “외교적 보호권은 개인이 아닌 국가에 귀속되는 고유 권리로, 행사할지 여부와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방법의 문제 모두 국가에 재량권이 있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정부는 일본 정부에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철저한 진상규명과 진심어린 사죄, 역사교육 등을 요구하는 등 외교적 보호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창록 교수는 “정부는 2005년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공식 인정한 후 이전과 대비되는 적극적 외교행위를 취한 적이 없고, 2008년 이후에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외교적 보호권이 국가의 권리인 것은 사실이나 절대적 재량권은 아니다”라며 “특히 오늘날 외교적 보호권이 국외에서 인권 침해를 당한 자국민에 대한 중요한 치유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성노예 피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더욱 강한 작위의무가 부여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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