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뒤덮인 세상처럼 뿌옇기만 한 우리 마음에, 한 줄기 봄비를 뿌려준 그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거두고 돌아온 선수들을 맞는 우리들은 참으로 모처럼 가슴 벅찬 행복감을 맛보고 있다. 어떤 이벤트가 이처럼 감동적이고, 어떤 영웅이 우리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너무나 고맙고 뿌듯하면서도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서는 우리가 과연 이런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기특한 야구선수들을 보고 있자니 가난한 부모가 형편을 탓하며 내버려둔 아이들이 혼자 꿋꿋하게 잘 자라나 부모에게 선물을 가득 안겨주었다는 눈물겨운 효자전의 스토리가 생각난다. 처우와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쌓아올린 우리 선수들의 성공담이기에 고맙고 또 미안한 것이다.

우리는 항상 결과에만 집착하는 고질적인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의 ‘우생순’ 여자 핸드볼 때도 그랬고, 장미란의 역도 경기 때도 그랬고, 이번 야구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스포츠 스타들이 세계무대에서 승전보를 전하면 온 나라가 떠들썩거리면서 흥분에 빠져든다. 이들이 안겨준 행복의 대가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지불했는지 이제는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가 이렇게 무임승차 하는 동안 그 대가를 대신 지불해준 헌신적인 지도자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몸도 불편하다는 김인식 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 대표선수단 감독을 맡으면서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그 일을 내가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전략가로 유명한 감독이다. 그러나 그의 전략은 전략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사람 중심의 전략이었다. 선수들이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혼연일체가 되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이런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의 힘이 온 국민을 이렇게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미처 우리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서 소명의식을 갖고 헌신적으로 일하는 지도자들이 드물지 않다.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이들의 가치를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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