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과 나눔의 글로벌 파트너 육성 앞장"
편 가르기 ‘리더’ 아닌 상생의 ‘파트너’가 참된 인재
아시아 여성 장학제도 신설 등 선도적 대학교육 이끌 것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리더’가 아닌 ‘파트너’입니다. 이끄는 사람과 이끌리는 사람을 나누는 방식이 아닌, 동행과 나눔의 정신으로 서로 함께 발전하는 파트너십을 기를 수 있도록 대학교육을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3월 19일 7대에 이어 8대 총장에 취임한 지은희(62) 덕성여대 총장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의 가장 큰 역할은 파트너십을 갖춘 사람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며 “재임 2기를 맞아 글로벌 파트너십을 갖춘 전문성 있는 여성 인재를 육성하도록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 총장의 ‘글로벌 파트너십’ 교육 철학은 올해 1월 신설한 ‘덕성 아시아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장학생 제도에서 엿볼 수 있다. 아시아 제3세계 국가의 여성 인재를 발굴해 4년간 등록금과 기숙사 등을 지원하는 이 제도는 국내 여자대학 중에서도 첫 시도다.

덕성여대는 올해 3월 몽골 출신 게럴트오드 밤바수렝씨의 입학을 시작으로 매년 10명씩 장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지 총장은 “글로벌은 무조건 선진국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우리의 이웃인 아시아 여성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때 비로소 파트너십의 기본인 동행과 나눔의 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고민할 때 몽골이나 베트남 등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곳은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선진국보다 보고 배울 것이 많다”며 “앞으로 아시아국으로의 해외봉사나 교류협정을 보다 확대해 학생들이 균형 있는 시각과 존중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도록 동기 부여와 계기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 총장은 2005년 22개에 불과했던 해외교류협정 대학 수를 지난 3년 임기동안 49개로 늘렸으며, 오는 2012년까지 1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환학생 수도 2008년 현재 64명에서 2012년에는 500명으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학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그러나 지 총장은 “모든 대학 취업률이 하향곡선을 그리던 2007, 2008년에 덕성여대는 오히려 2%씩 올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 총장은 지난 2007년 취업지원실과 커리어개발센터를 통합해 ‘종합인력개발원’을 신설했고, 입학 때부터 적성검사 등 미래 직업과 취업 로드맵을 짤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는 지 총장이 여성부 장관 재직 시절 만든 것이다.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3주간의 기숙영어교육제도도 도입했다.

그 결과 2007년 50%대이던 취업률이 2008년 4월 현재 66%를 넘어섰다. 이중 정규직 취업률이 절반인 43.5%(대기업 취업률 11.8%)에 달한다. 덕성여대는 지난해 전국 대학 중 정규직 취업률 3위를 기록했다.

지 총장은 “재학생의 90%가 졸업 후 취업을 원한다. 학부 중심의 교육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전공 인증제를 도입하고 학부제를 학과제로 전환하는 한편, 교양교육 특성화를 위해 세미나 교육을 확대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재 60% 수준인 교수 충원율도 2012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고, 전공별 외국인 교수도 확대해 14개인 영어강좌를 2012년까지 40강좌로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덕성여대의 오랜 숙제였던 재단 정상화 문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 총장은 “대학이 발전하려면 재단의 활발한 투자가 필수인데 지금의 임시이사 체제로는 한계가 많다”며 “임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7월 전까지 정이사 체제로 전환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실질적 권한은 아니지만 지난 여성운동의 성과로 여성채용목표제와 여성할당제 등 법적 권리는 어느 정도 달성됐고,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진입 자체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조직을 살리는, 책임감과 파트너십을 갖춘 여성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덕성여대가 앞장서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여성 파트너를 양성하겠습니다.”

여성적 감수성으로 캠퍼스에 낭만을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은 지난해 늦가을 교정 곳곳에 튤립을 심었다. 지금은 파란 줄기만 솟아 있지만, 4월이 되면 빨갛고 노란 꽃들이 피어오를 것이다.

“학생들에게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싶었어요. 한창 예쁠 때 심었다가 시들면 뽑아버리는 게 아니라, 새싹이 나고 꽃봉오리가 맺히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거죠.”

벤치도 대폭 늘렸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둘러앉아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네모 형태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야외 카페는 지 총장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총장실 창문 너머로 하얀색 파라솔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학교에 와보니 의외로 학생들이 마음 놓고 쉬면서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벤치도 늘리고 야외 카페도 만들었죠. 캠퍼스에서 낭만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삼각산(북한산의 원래 이름)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게 진짜 소통 아닐까요?”

지 총장은 1981년 덕성여대에서 사회학·여성학·가족학 강의를 맡은 것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10년간 덕성여대의 대표 교육 프로그램인 토론식 세미나 강의를 이끌었다.

지 총장은 여성운동가로 유명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로 활동하며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가정폭력방지법·성폭력방지법 제정 활동을 이끌었고, 참여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을 맡아 여성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호주제’를 폐지하는 민법 개정과 보육예산 확보, 성매매방지법 제정 등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했다.

현재 사회연대은행 이사, 한국여성재단 이사, 한국민주주의전당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지방자치단체 중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