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예방·처벌규정 두고도 피해 못 막아
여성위원회 전진 배치 등 구조조정 서둘러야

 

진영옥 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9일 “중앙간부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도부 총사퇴 결정을 발표했다.cialis coupon free prescriptions coupons cialis trial coupon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site cialis trial coupon
진영옥 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9일 “중앙간부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도부 총사퇴 결정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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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여성 조합원 성폭력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9일 지도부 총사퇴를 단행하고, 11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18일 비대위 구성 시 ‘성인지적 관점 반영’을 위해 여성 할당도 적극 고려할 방침이다.

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도 쏟아냈다. 당장 2월 중에 간부들을 대상으로 성인지적 감수성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새로 임명되는 간부에게는 성평등 및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실시해온 ‘성폭력·폭언·폭행 금지 및 처벌규정’의 미비점을 찾아 개정을 추진하고, 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도 만들기로 했다.

오는 4월 8일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때까지 조직을 재정비하고,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기존 규정을 조금 강화한다고 해서 성폭력이 근절될리 만무하고, 근본적 대책 없는 지도부 총사퇴는 오히려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입막음’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 위해 성폭력 숨겨라?

진보운동 가치 재논의 필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34개 여성단체는 지난 10일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과 제언’이라는 장문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를 꼽았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해 12월 1일 수배 중이던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자신의 집에 은신시켰다. 5일 이 전 위원장이 경찰에 검거됐고, 6일 대책 논의를 위해 만난 민주노총 간부 B씨가 A씨의 집에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했다. 여성단체들은 “위원장까지 구속되는 가장 엄혹한 시기에 조직을 도왔던 여성에 대해 중앙 간부가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여성들은 조직 내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동료로 인정받기보다는 성적 대상으로 취급된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남성 중심적 사고는 사건 처리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피해자 A씨의 대리인 측이 지난 5일 발표한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해자와 대리인의 입장’에 따르면, 민주노총 집행부는 사건 발생 후 A씨를 수차례 찾아가 사건에 대해 ‘함구’할 것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 주된 논리였다.

실제로 민주노총 한 고위 간부는 지난 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가해자 간부와 피해자 조합원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남성 중심적 조직 안에서 여성 인권은 부수적 문제로 치부되고, 피해자의 인권과 목소리는 조직의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해야 한다는 ‘비뚤어진 조직 중심주의’ 논리를 들이댄 결과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민주노총만의 논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김민혜정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그동안 시민사회운동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패턴을 보면, 운동의 도덕적 정당성을 앞세워 권력관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성폭력 가해를 행하며, 조직의 보위를 명분으로 입막음을 하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사회운동에서 말하는 운동의 대의가 과연 여성의 인권을 희생시켜도 될 만큼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가치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며 “운동의 담론과 진보의 의미에 대해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 가이드라인 제시

여성위 강화 최우선 과제로

지금까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가릴 것 없이 으레 예방교육 강화, 가해자 처벌 강화가 정해진 해법인 양 대책으로 뒤따랐다. 민주노총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성폭력을 막을 수도 없고, 오히려 조직적 은폐를 조장해 제2, 3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는 게 여성단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번 논평에서 민주노총 개혁을 위한 3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유다.

첫째,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계획하는 ‘성찰과 미래 보고서’ 작성이다.

민주노총은 10년 전 ‘성폭력·폭언·폭행 금지 및 처벌규정’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 실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누구보다 숱한 교육을 받았을 고위 간부다. 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들 제도가 왜 효과가 없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구경숙 여성연합 정책국장은 “일 년에 한두 번 200명씩 집단적으로 교육하고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지난 10년간 민주노총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처리과정과 예방교육 실태를 양적·질적으로 조사해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는 원인을 찾을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여성위원회 강화다.

‘성폭력·폭언·폭행 금지 및 처벌규정’에 따르면 성폭력 예방교육의 내용 결정과 실행은 여성위 담당이다. 이번에 발표한 간부 대상 성인지적 감수성 강화 교육도 여성위가 맡기로 했다. 하지만 여성위는 민주노총 운동의 ‘변방’에서 여성과 관련된 사안을 ‘분업’ 처리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게 여성단체들의 시각이다.

여성단체들은 “그동안 남성 중심적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싸워온 여성위의 노력이 조직 내에서 다른 비중, 다른 의미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이번 대책 역시 반짝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셋째, 아래로부터의 일상적 체질개선이다.

조직 내 성차별과 성폭력 문화를 없애려면 전 조합원이 적극적으로 차별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서로가 차별 감수성을 높이며, 일상적으로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수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열린 토론과 경험 나눔 없이는 또다시 소수의 일방적 결정과 명령 체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구경숙 국장은 “우선 급한 성폭력 예방교육 커리큘럼을 만드는 일부터 조합원들의 요구를 모으는 소통을 넓힌다면 그 자체로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며 “만약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가 있다면 여성단체들은 언제든지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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