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93명뿐…대부분 83~93세 고령
조직 축소 위기 맞은 국가인권위도 과제

 

지난 1월 2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옥선(90) 할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올해 첫 사망자다. 2006년에는 6명, 2007년에는 13명, 2008년에는 15명이 숨을 거뒀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할머니 234명 중 생존자는 93명뿐. 남은 이들도 83~93세의 고령자다.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난 1월 16일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이 발의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을 주목할 만하다. 이 개정안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 협상한 결과를 매년 국회에 보고토록 하고,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족 또는 민간단체에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고칠 것은 법·제도만이 아니다.

강주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뉴라이트 진영을 중심으로 일제 식민통치를 미화하는 왜곡된 역사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지난해에는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 건립과 관련해 광복회가 ‘항일운동 성지에 위안부 박물관을 세우는 것은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반대하고 나서는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경제논리를 앞세워 위안부 문제를 과거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부끄러운 역사라고 감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억하고 교육해야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나갈 수 있다”며 “오는 3월 박물관 착공식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것과 함께, 세계 각국에서 통과시킨 일본 정부에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한낱 종잇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국제 연대를 강화해 일본 정부를 압박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 ‘관리’

생계·의료·주거 지원 시급  

일제 식민지 시절에 위안부가 있었다면, 광복 이후에는 기지촌 여성들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 8일 과거 주한 미군기지 주변에서 성매매를 했던 일부 여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자국 여성들에게 미군과의 성매매를 장려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는 196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군들에게 성매매 여성들이 성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검사 및 치료시스템 구축에 협력했고, 성매매가 잘 이뤄지도록 영어와 에티켓을 가르치는 수업을 후원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관련 단체에서 연달아 발표한 보고서도 한국 정부가 기지촌 여성들을 ‘외화벌이 산업역군’으로, 때로는 우방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민간 외교관’으로 치켜세웠다는 증언과, 실제로도 기지촌 여성들을 공식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했다는 각종 정부 기록물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지촌 여성들은 이후 국가로부터 그 어떤 보호나 자립 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뉴타운 재개발로 머리 누일 쪽방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

원민경 변호사(민변 여성인권위원장)는 “여러 증거자료를 분석해볼 때 정부의 1970~80년대 기지촌 정책은 당시 윤락행위방지법은 물론, 현재의 성매매방지법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기지촌 여성 노인들이 현재 진행형의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단순 배제할 것이 아니라, 성매매방지법의 제정 취지와 국가책임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이들에게 필요한 생계·의료·주거 지원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단속 강화 ‘전향적’

피해 여성 비범죄화 확대해야 

지난해처럼 성매매 업소 단속이 활발했던 때가 없다.

서울 장안동에는 61개 안마업소 가운데 정식 안마사가 있는 3곳을 제외하고 모두 전업, 폐업, 휴업한 상태고, 대전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도 업소 51곳 가운데 49곳(96%)이 휴·폐업을 신고했다. 장안동의 경우 업주와 건물주로부터 성매매로 벌어들인 수익과 건물 등 총 372억원을 몰수했고, 대전도 성매매 업소로 사용된 건물에 대한 몰수 보전을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경찰청 자료를 보면 신종 성매매 업소인 안마시술소, 룸살롱, 변형 노래방 등 변종 성매매 영업소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리운전 성매매, 오피스텔 성매매, 애인대행 등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지난해 경찰이 보여준 단속 노력은 전향적이지만, 실질적으로 성매매와 관련한 의식 변화나 성산업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단속 현장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처벌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여성에 대한 인권보호가 후퇴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며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 운동을 전개하는 동시에 자활지원 대책을 더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되기 강요 이제 그만

이주 여성 임파워먼트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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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올해부터 한국 국적 취득을 원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사회통합 프로그램 이수제’를 실시한다.

결혼이주 여성의 경우 지금까지는 자녀가 있으면 1년, 자녀가 없으면 2년이 지난 후 국적을 신청할 자격이 주어졌다. 그러나 사회통합 이수제가 실시되면 여기에 더해 한국어 필기시험에 합격하거나, 총 200시간의 사회통합 프로그램 교육을 받아야 자격이 생긴다. 법무부는 “외국인들이 국내 생활에 조기 적응할 수 있도록 한글과 한국어,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결혼이주 여성 당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캄보디아에서 온 프락찬 모니씨는 지난해 7월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의 가족문화는 빠른 임신과 출산, 육아에 전념하길 바라는데 한국어와 사회통합 교육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알탄쫄(몽골)씨도 “다문화통합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강제가 아니라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장 전문가들도 ‘한국인 되기 강요’의 성격이 짙은 사회통합 이수제는 다문화 ‘통합’보다는 외국인 ‘관리’를 위한 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주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엄한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임파워먼트(empowerment 능력에 맞는 권한 부여)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부는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피해·이주 여성을 위해 올해 총 4개 권역에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1577-1366’ 지역센터를 설치했다. 지난 1월 14일 부산센터를 시작으로, 21일 수원센터, 29일 대전센터, 2월 5일 부산센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경제위기일수록 인권 소외 커

국가인권위 오히려 확대해야

     

한국 인권의 보루 역할을 해온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을 축소하려는 시도도 우려를 낳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인권위에 100명 정도를 감원하고, 지역사무소를 폐쇄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방안을 전달했으며, 현재 인권위와 내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여성계에서는 “인권위 조직을 줄이겠다는 것은 성차별 시정업무를 포함해 여성인권 정책을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인권위는 직장 내 성희롱 등 다양한 성차별 문제에 대해 진보적 입장의 권고를 내려 여성인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1월 14일 발표한 ‘2009년도 업무계획(안)’에서 올해 5대 이행지침의 하나로 ‘독립성 강화’를 선정했다. 이를 통해 업무의 독립성을 넘어 인사·조직·예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독립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최경숙 인권위 상임위원은 “지금의 경제성장 화두는 인권의 가치와 취약계층의 소외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과 장애인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배려하는 정책의 강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 상임위원은 이어 “어디에 살든 누구나 양질의 인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지역사무소를 폐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외에도 ▲여성 비정규직 텔레마케터 근로조건 개선 ▲여성 비정규직 모성권 및 건강권 보호 ▲정부 이주인권정책 가이드라인 마련 ▲이주여성 인권보호를 위한 모니터링 강화 ▲군대 내 성차별 성희롱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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