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책연구팀장은 “할부 거래는 자동차,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등 대량 생산된 고가의 상품을 팔기 위해 개발된 제도로 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상태에서 목적물을 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하므로 충동 구매가 우려되고 불리한 약관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등의 문제점이 많은 거래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등 소비자신용제도의 급격한 이용에 따라 할부 거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규문(서울 구로구)씨는 2005년 간호직 공무원에 도전하는 부인을 위해 ○○수험정보센터에 50만원 상당의 교재 대금을 신용카드로 6개월 할부 결제했다. 이 수험정보센터에서는 향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인터넷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수강하게 해주며, 관련 수험정보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채씨 부인은 시험 준비를 하던 중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인터넷 강의도 안 되고, 수험정보지도 오지 않아서 해당 수험정보센터에 전화를 해보았더니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서 ‘○○수험정보센터’ 상호를 검색해 보았더니 당좌거래 정지 업체 명단에 들어 있었다. ‘부도’가 난 회사였다.
이러한 피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12조에는 ‘매수인의 항변권’이라는 소비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항변권이란, 할부로 물품을 구입한 후에 그 물품에 하자가 발생하여 계속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 잔여 할부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다.
항변권은 할부기간 중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지만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증명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는 것이 좋으며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다음 항변권 행사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①할부계약이 무효, 취소 또는 해제된 경우 ②목적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할부계약에서 정한 목적물의 인도 시기까지 매수인에게 인도 또는 제공되지 않은 경우(다만 거래일자는 관계없음) ③매도인이 하자담보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④매도인의 채무불이행으로 할부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앞의 사례의 채씨는 억울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한국소비자원 사이트에서 항변권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되었고 전화상담을 통해 내용증명 우편발송으로 항변권 행사를 하면 적어도 향후 할부금 결제는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할부구매 사실에 대한 개요와 해당 수험정보센터의 부도 사실(채무불이행), 그에 따른 항변권 행사 의사를 편지로 적은 후 할부구매계약서, 해당 수험정보센터의 부도 사실 인터넷 출력물 등을 첨부하여 우체국에서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했다.
이때 수신자는 해당 수험정보센터(신용카드 가맹점)와 해당 신용카드사다.
내용증명 우편은 발신자용, 우체국보관용, 수신자용이 필요하므로 총 4부의 내용증명 우편을 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채씨는 신용카드사로부터 카드할부 대금 청구를 막을 수 있었다.
무심코 지나치지만 할부결제 카드 영수증 뒷면에는 ‘회원의 항변권’이라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