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치세력화 ‘새판짜기’ 실험
여성의 권익 대변 못하는 기존 정당 대안

최근 스웨덴 여성정치참여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은 사안은 바로 페미니스트 정당의 등장이다. 물론 이전에도 각국에서 여성당 조직 시도가 있었다. 필리핀에서 선거를 통해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여성당 ‘가브리엘라’가 그렇다.

그러나 중앙의회(리크스다그, Riksdag)의 여성 참여율이 50%에 가깝고 세계적으로 가장 성평등한 국가 중 하나로 인식되는 스웨덴에서 왜 페미니스트 정당이 출현해야 했을까, 과연 그녀들의 현재와 미래는 어떠한가 하는 점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통상 ‘여성당’이라고 불리는 스웨덴 페미니스트 정당 ‘페미니스트 이니셔티브(Feminist Initiative, 이하 FI)’는 2006년 스웨덴 총선을 1년 정도 앞둔 시기에 창당됐다. 전 좌익당 당수를 지낸 구드런 슈만(Gudrun Schyman)을 내세운 FI는 창당 초기 스웨덴 유권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스웨덴의 기존 정당들이 여성의 권익을 위한 대변자 역할을 충분히 다 하지 못했고, 여성에게 불합리한 차별적 요소의 개선과 개혁이 기존 정당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판단이 창당 초기 10%대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의제 설정에 있어서의 내부적인 논란과 비우호적인 언론의 태도 등으로 지지율은 낮아졌고 결국 2006년 총선에서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말았다.

FI는 결국 실패했는가 하는 질문에 구드런 슈만 공동의장은 이렇게 말한다. “다른 나라의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독립되어 있나 하는 점을 질문한다면, 스웨덴은 여성들이 국가·체제로부터 독립돼 있나 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 FI는 페미니스트의 조직화 그리고 정당으로 진출하려는 노력의 가능성에 대해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당장은 의회 진입에 실패했지만,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보 역시 오랜 기간이 걸려온 만큼 천천히 긴 호흡으로, 그러나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겠다.”

앞으로 FI가 갈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FI가 가진 급진성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을 털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한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합해 나아가야 하고,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를 내세운 정당이 갖는 한계의 극복과 함께 기존 사민당이나 녹색당, 좌익당 등과의 지지층 중첩 문제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당이나 정치권 내에 여성조직을 확장해가는 끼어들기와 함께 독자적인 페미니스트 정당이라는 새 판 짜기의 도전이 전반적인 여성정치세력화에 긍정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면, ‘그만하면 됐다’라는 분위기에 주춤하고 있는 한국 여성정치참여운동에도 새로운 도전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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