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단계적·지속적인 교육체계 마련해야

보통은 각자가 특정한 일을 직업으로 하고자 한다면 거기에 맞는 적절한 교육훈련을 받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치인, 특히 여성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유럽의 여러 나라는 기본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정치교육을 통해 어려서부터 정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시작한다.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는 경우 정당 청년활동 및 지역조직 활동을 통해 정치적 커리어를 쌓게 된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의 경우 정당정치재단에서 진행되는 여성지도력 훈련 및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다. 프랑스는 정치전문대학(시앙스코)에서 진행되는 고위정치인 과정이 있고 스웨덴 정당의 여성정치아카데미 등이 있다.

특히 정당법에 정당의 여성정치아카데미 운영을 명시한 스웨덴은 교육을 수료한 사람에게 정당공천권을 부여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여성 정치인 충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 녹색당 하인리히 뵐 재단은 지속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신인 여성 정치인뿐 아니라 기존 여성 정치인도 재교육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여성 참여가 일정 수준 확보된 프랑스와 독일 일부 정당의 경우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지양하는 입장도 있다. 여성이라고 해서 별도로 교육하기보다는 남녀 모두의 능력을 키워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또한 가능한 한 ‘선거 직전 외부 영입은 없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는 독일과 스웨덴의 경우 지방의회 및 광역의회 활동을 거쳐 국회로 진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여성의 정치진출 역시 이러한 경로를 거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계적인 정치 경험을 통해 바닥에서부터 충분한 훈련이 가능하게 되고, 진입 경로가 가시적인 만큼 여성의 정치참여도 체계적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는 정당 여성정치발전비의 확보를 통해 각 정당이 여성 정치인 교육을 위한 별도의 기관을 설립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회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체계화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유권자로서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체계적인 민주시민 교육의 마련과 함께 우리도 정치를 꿈꾸는 예비 여성 정치인들에게 ‘여기가 길이다’라고 할 수 있는 교육훈련 체계를 마련하고, 정치인으로서의 성장의 통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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