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집단 내 다양한 차이 은폐해 버리는 ‘남녀연대’ 지양해야
그래야만 여성주의 더 이상 필요없다는 사회적 담론 극복 가능

요즘 여대생들이나 커리어를 추구하는 직장인 여성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능력과 개인적인 매력들을 드러내야 하는, 여성들의 복잡하고 전략적인 고단한 삶의 면모들을 보게 된다.

여성들은 ‘성공한 여성이 되는 조건’으로 남성들과 같은 방식으로 능력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여성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적 영역에서 남성과 똑같은 능력 그리고 사적 영역의 여성에게 부가되었던 여성성 모두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적 영역에서의 인정 항목에는 결혼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아도 이성으로부터 받는 인기가 포함된다.

개인적인 성공이나 능력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등장하는 이런 맥락에서 요즘 여성이 받는 피해나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가 회피하는 주제가 되었다.

특히 여성이 피해 당사자라고 말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남성 영역에 여성들이 진입하면서 여성들의 지위가 급격 상승했다는 ‘여풍’ 서사는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지배 담론이 되었다.

올해에도 사법고시 합격생의 38%를 포함해 의사나 검사 등 시험이라는 소위 객관적 측정을 통해 능력이 표출되는 곳에서 여성들의 가시화는 두드러진다. 이러한 두드러진 가시화는 남성 누리꾼들뿐만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 남성들조차도 “이미 한국 사회는 더 이상의 여성운동이나 여성들에 대한 특혜가 불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풍의 맥락에서 볼 때 피해자로서의 여성, 불평등한 관계 속에 있는 여성들은 공정한 능력 경쟁 게임에서의 패자일 뿐이다. 남성들은 능력을 인정받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이 있는데, “왜 여성주의는 능력이 없는 여성들만을 계속 ‘여성’으로 호명하면서 계속 남성을 기득권자, 가해자로 보는가”라고 질문한다.

개인의 삶의 안정성이 불안한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피해 남성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남성’이 아닌가. 남성들의 반격은 자신들의 불안한 ‘남성성’은 바로 그들을 기득권자, 가해자로 간주해 그들을 공격하는 여성주의에 있다는 도착적 인식에 기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보다 낮은 임금, 낮은 고용률, 낮은 고용 지위율을 갖고 있다. 또 남성의 56.7%가 자신을 중간층이라고 인식하는 반면에 여성의 59.5%는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인식한다.

여성주의는 이제 남성 피해자와 여성 피해자가 누구인가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피해자로서의 남성들의 문제제기에 “그러니까 여성운동에 남성도 같이 동참하여 변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답변이 될 수 없다. 지금 여성주의는 피해자인 ‘여성’과 기득권자가 되지 못하는 ‘남성’이 함께 추구해야 하는 변화의 축이 무엇일 수 있는가에 대해 답해야 한다.

최근에 더욱 여성에 대한 반격(backlash)이 강해지고 있다. 강한 반격의 결과는, 오피니언 리더인 남성들을 비롯하여 사회의 분위기가 이제 여성주의는 그만해도 좋지 않은가라는 의견을 낼 때, 열심히 여성주의 정치학을 수행하던 여성들이 여유 있게 여성주의를 포기해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주의에 대한 거부가 강한 사회에서 여성들은 “이제 여성주의가 아니라 양성평등이라 말해야 하고, 남성과 함께 하는 여성주의가 돼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는 것도 반격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제까지 남녀 두 범주만을 중심으로 보고, 다른 불평등이나 부정의의 문제와 여성주의를 함께 생각하지 않았던 여성 중심의 정치학은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 여성주의에 대한 이론적·정치적 성찰이 시작되어야 할 때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반격으로 등장하는 ‘남녀연대’는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 여성들 내의 여러 차이들을 은폐하거나 지워버리는 담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인식해야 한다. 여성이 하나로 묶일 때 여성들의 피해와 불평등에 대한 발언은 점점 말하기가 힘들어지고, 남성들의 차이 또한 말하기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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