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카’에 시동 꺼진 자동차 업계

업계 일각에선 ‘갑작스런 경기침체로 인해 자동차 업계 총수들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경제 위기에 신차의 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이유다. 

서울시 종로 영업소에 근무하는 박 모 딜러는 “주식, 부동산의 폭락으로 차를 교체하려던 이들도 마음을 바꾸는 등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다”며 “새롭게 출시된 신차를 판매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자동차 딜러들 사이에서 최근 ‘사이드카’(지수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취하는 조치)보다 신차를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를 선보인 시기는 공교롭게도 국내 경기 침체를 우려하던 9월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GM대우는 지난 9월 초대형 럭셔리 세단 베리타스와 10월 라세티 프리미어를 선보였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도 지난 9월 제네시스 쿠페, SUV차량 쏘울, 준중형차 포르테를 출시했고 이달 중 I30CS(해치백)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초 에쿠스 후속 모델인 VI의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저마다 신차 발표를 통해 떨어진 판매량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후화된 모델로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판매량 증대를 꾀할 수 없어 선택한 필승 카드란 얘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은 당초 신차 발표와 함께 계획했던 예상 판매량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경제 위기감이 지속됨에 따라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이 전체적으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감이 시작된 지난 9월 자동차 업계의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10.7%가 줄었고, 판매량은 14.5%나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10월 자동차 판매량이 전월 대비 50% 이상 감소한 만큼 11월 판매량도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수출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자동차 판매율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유럽, 북미, 남미, 중동 등지에서의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내 자동차 업체에서 저마다 신차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경제 위기와 맞물리며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매달 차량 판매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차의 발표는 영업사원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판매는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한 곳”이라며 “시장 흐름에 맞춰 BMW와 벤츠 등 굵직한 대형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며, 긴급 경영체제로 돌입하는 등의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