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창출·소득증가 없는 금융거품이 원인
이명박 정부 개발위주 규제완화정책 버려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겪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떠받쳐 온 ‘시장근본주의’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1990년대의 IT(실물경제) 거품이 빠지자 월(Wall)가의 금융기관들은 부동산과 파생금융상품의 거품을 만들어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뒤에선 신용부실과 리스크가 쌓여갔다.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미국의 가계 대출은 연간 11%씩 증가해 경제성장률을 앞섰고, 금융기관의 차입도 10%씩 늘었다. 2000~2005년 사이 미국의 주택 시가 총액이 50%나 증가했는데 돈 흐름의 대부분은 대출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물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자 대출 부실화와 그에 따른 집값의 거품 붕괴, 그리고 채권 부실화에 의한 파생금융상품의 거품 붕괴로 이어지는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위기를 촉매한 것은 금융자본의 도덕적 해이, 즉 금융자본이 주도한 시장방임주의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은 채 세계적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위기에 한국은 어느 신흥시장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의 증시 규모가 크고 높은 환금성으로 다국적 금융자본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경색에 빠진 미국 금융자본들이 해외 증시에서 돈을 본격적으로 꺼내기 시작하면 국내의 주식시장·채권시장·외환시장은 급격하게 요동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위기는 이러한 외부 고리를 통해 당장 나타나기보다 내부의 부실고리와 결합하여 시차를 두고 장차 폭발할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미국의 금융부실이 부동산 거품 붕괴에 의해 촉발되었듯이, 부동산 담보대출이 229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실물경제 성장 부진과 맞물려 집값 거품이 꺼지고 대출상환 실패가 도미노를 이루면 한국의 금융위기는 언제든지 발발할 수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은 금융위기를 촉발할 뇌관으로 간주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는 정책, 즉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토지주택개발이 지속되어 부동산 부문으로 돈이 계속 몰리면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대운하 건설, 수도권 규제완화, 주택 500만 호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도심개발, 신도시 건설 등 현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토건적 개발정책은 미래의 위기를 준비하는 것에 다름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위기가 시장의 실패라면, 한국의 위기는 정부의 실패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위기는 이렇듯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 부분이면서 한국의 토건자본주의 위기가 중첩된 것으로 현재의 위기인 동시에 미래의 위기다. 현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신자유주의 망령을 쫓는 거창한 성장보다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국민의 삶을 보장해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토건적 개발정부’ 모습을 먼저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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