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 결정전 마지막 1분 ‘언니들의 졸업식’ 장식
성별 넘은 ‘자매애’로 진정한 배려의 리더십 보여줘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 동메달 결정전. 이틀 전 석연찮은 오심으로 연장전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열린 경기였다.

살얼음판 같은 동점에 동점을 더하던 경기는 종료 6분 여를 남기고 한국의 승리로 기울었다.

그 순간 우리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플레이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겹쳐 보였다.

출산과 양육을 거뜬히 해내며 자신의 삼십대를 대한민국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강인한 체력과 의지로 세계 여성들과 맞서 이기는 선수들의 모습. 그것은 결혼만 했다 하면 이십대 중반의 최절정의 체력을 가진 여자 선수들에게조차 ‘주부 선수’라는 딱지를 붙이며 은퇴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이상한 일로 여겼던 한국 사회의 통념을 통쾌하게 뒤집어 주었다.

불과 수삼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들은 (남자 선수들의 경기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결혼과 부모노릇, 그리고 파릇파릇한 청춘을 아주 살짝 넘긴 나이조차 여성 운동선수의 경기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여기곤 했었다.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플레이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압도적인 역량과 강건함으로 완전히 바꿔버린 장미란 선수의 경기 모습과 함께, 여성의 몸과 능력에 대해 알게 모르게 당연시하고 있었던 왜곡된 편견을 다시 한 번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주었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의 여자 핸드볼 경기가 갖는 여성주의적 의미는 그보다 더 크다.

“이해해 줘야 해. 마지막 선배들이야.”

종료 1분이 채 남지 않은 시간. 임영철 감독의 이 말은 오영란, 오성옥 등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선배 선수들을 코트에 들여 보내겠다는 뜻이었다.

어느 방송사의 아나운서가 목메어 외쳤듯 그것은 “언니들의 졸업식”이었던 것이다.

그 장면을 특별히 기억하는 한국인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국가와 민족의 영광을 위해 고난을 참고 이겨 승리하였다”라고 하는 단순한 국가주의적 올림픽 드라마가 아닌, 오랜 세월을 함께 공동의 목표를 바라보며 땀흘려온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무한한 신뢰와 존중의 광채였다. 임영철 감독에게는 여느 훌륭한 스포츠 지도자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 있었다.

그것은 선수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들과 인간적인 신뢰를 맺으며, 말과 행동으로 그것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는 언니들에게 졸업식을 배려해 주었지만 언니들만 배려하지 않았다. “누구, 누구, 누구 들어가!”라고 지시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의 첫 마디는 언니들 못지않게 코트에서 뛰고 싶었을 젊은 선수들에게 언니들에게 마지막 1분을 양보해 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말이었다. 그럼으로써 그는 진정으로 ‘배려’라고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었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의 감동 뒤에는 효과적인 훈련과 성공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 이상의 지도력이, 진정한 배려와 존중의 리더십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임영철 감독에게서 진정한 ‘여성리더십’을 본다. 보통 여성적 리더십이란 지시적이고 통제적인 전통적 리더십에 대비되는 관계 중심적이고 배려적인 리더십이라고 말해진다.

이른바 여성 ‘특유의’ 보살핌 미덕이 리더십으로 구현된 것이 여성적 리더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임영철 감독은 진정한 배려의 리더십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사람이 갖는 특수한 자질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임영철 감독은 남성이지만 ‘어머니’이자 ‘언니’이자 세계 최고의 핸드볼 선수인 여성들과 진정한 고투와 성장의 시기를 오래도록 함께했다. 몸의 성별을 넘어 이루어진 감독과 선수, 후배와 선배 사이의 ‘자매애’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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