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나를 찾고 미래를 그린다”
최근 30대 여성들은 불안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길 위에 서고 있다. 이 중 공연기획자 유경숙(33)씨는 커리어를 여행과 연계시킨 첫 주자로 꼽히고 있다.
난타 제작사 PMC 프로덕션 마케팅 홍보팀장, 문화포털 티켓링크 마케팅연구소 팀장으로 일하며 공연기획자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여념이 없던 그는 브로드웨이의 공연할인티켓판매소(TKTS)에 해당하는 ‘깜짝티켓’을 한국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커리어를 위해 세계 일주를 떠나게 된 것은 2003년 문화시장 리서치를 위해 1년간 일본연수를 다녀온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연수를 다녀온 뒤 어느 날 야근을 하다가 세계 문화시장 리서치의 필요성을 간절히 느꼈습니다. ‘내가 직접 가 볼까?’ 혼잣말을 중얼거린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죠. 우여곡절 끝에 다녀오고 보니 커리어를 위해 세계 일주를 떠나는 것은 연수, 유학보다 훨씬 효과적인 투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게 있다면 바로 실행에 옮기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요!”
그는 6개월간 커리어 계발을 위한 세계 일주를 준비했다. 최근 10년간 여행서들의 동향을 파악했고 선인세를 받을 수 있는 출판사를 알아보면서 세계일주 기획안, 카메라 장비세트 협찬 의뢰서 등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모은 결혼자금을 전부 털었고 주변 사업가들에게 협찬금도 받았다. 그렇게 그는 200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41개국을 돌아다니며 문화 트렌드를 몸소 체험하는 데 성공했다.
그 모든 과정을 담아 ‘카니발로드’(동아일보사)란 결과물을 내놓고도 그는 만족하지 않는다. 여전히 한국의 괜찮은 공연들은 세계무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고, 그 방법을 제시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유경숙씨는 오는 11월 다시 홀로 길 위에 선다. 지난 1년 동안 전체적인 공연 트렌드를 살펴보았다면, 앞으로 1년간은 유럽지역의 공연을 깊이 있게 알아볼 계획이다. 한 달에 한 나라씩, 총 12개 국가를 돌아볼 계획. 다시 떠남을 준비하는 그는 “지금 너무 행복해서 마흔이 기다려진다”고 말할 정도로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유경숙씨 외에도 여행서를 이끄는 30대 여성들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여행서들은 ‘멈추지 않는 유혹, 스페인’(김지영), ‘스페인 너는 자유다’(손미나), ‘삶은 여행…이상은 in 베를린’(이상은), ‘이탈리아, 지중해의 바람과 햇살 속을 거닐다’(권삼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오소희), ‘한 권으로 끝내는 퍼펙트 프라하’(최미선) 등 30대 여성 작가들이 다녀온 세계 곳곳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건너보기 전까진 그 초조함과 불안함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루비콘의 강’을 건넌 나이이기 때문일까. 여행서를 통해 30대 여성들은 여성 독자들에게 여행이야말로 ‘진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낯선 거리, 깊은 산길에서 만나는, 다 다르면서도 같은 얼굴들. 결국 그들을 통해 들여다보는 건 나 자신이다. 생의 모든 길이 그러하듯 길 위의 길 역시 자기에게로 이르는 길이겠지.”
여행의 내역을 기록해 여행비를 벌고 남은 돈을 모아 다시 행장을 꾸리는 도보여행 전문 직업여행가 김남희씨의 말대로, 지금도 수많은 30대 여성들은 다양한 여행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