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지지후보 안 돼" 초유의 최다 투표율
운동권 출신 논술강사 강남서 인기 ‘아이러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씨가 당선됐다. 그러나 이긴 쪽은 따로 있었다. ‘강남 엄마’들이다.

후보로 출마한 것도 아니요, 정치세력화한 것도 아닌 그들이다. 맹렬하게 타오르던 ‘촛불 민심’을 얼어붙게 한 그들의 저력은 무엇일까. 신문 한 구절부터 보자.

“주경복 후보가 되면 그를 밀었던 전교조가 수상한 이념교육을 시킬까 하는 불안감이 번졌어요. 그런 사태를 막겠다는 엄마들, 특히 강남권에서 끼리끼리 아줌마 방식으로 궐기한 것뿐이에요.”(C씨·43·도곡동, ‘중앙선데이’ 8월 3일자 ‘박보균의 세상 탐사-이명박 정권의 기묘한 구사일생’ 중에서)

43세의 도곡동에 사는 엄마 C씨가 궁금했다. 그녀는 아마 19년 전에 24세였을 것이다. 19년 전에는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모두 해직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그 해직 교사 중에는 갓 임용돼 퇴출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C씨와 동년배인 경우도 있음직하다.

C씨의 연배를 따져보니 1987년에 대학을 다녔을 것도 같다. 그렇다면 6월 항쟁의 가치와 진가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 C씨도 집 안팎에서 우려를 자아냈던 ‘운동권 학생’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시절, 최루탄 가스와 다른 학우들의 따가운 눈총을 무릅쓰고 도서관에서 손수건 막아가며 공부했던 ‘비운동권 학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C씨도 지적했지만 전교조가 없던 시절, ‘전교조식 교육’을 치환할 수 있는 것으로 ‘이념교육’이란 말이 있었다. 이 ‘이념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후에 어떻게 됐을까. 모두 성적이 부진해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거나, 소위 ‘3류 대학’에 가서 빌빌대다 취업도 못한 채 쇠파이프로 전경 버스를 부수는 ‘좀비’가 됐을까.

사실 ‘반 전교조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강남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있다. 운동권 출신 사교육 학원 논술 강사들이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어째서 이럴까. 한 강사는 ‘매경이코노미’에 “운동권 출신들은 대학마다 자주 출제되는 사상, 철학 등 사회과학 서적을 대부분 다 읽었으며 배경지식이 풍부해서 논술강사로 인기를 모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강남 엄마’들이 ‘학원판 전교조’인 그 강사가 소속된 학원 앞에서 ‘사퇴하라’는 식의 플래카드를 들며 궐기했다거나, 해당 강사를 표적 삼아 ‘강의 안 듣기 운동’을 벌였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학교에서는 안 되지만 학원에서는 된다는 얘기일까, 아니면 ‘강남 엄마’들이 과문한 탓일까.

C씨는 “공정택 후보의 ‘강남 우대 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니까 ‘다른 지역에 사는 아이들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자신의 아이가 경쟁해 명문대에 들어가 출세의 길로 접어들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라는 속내를 감춘 것은 아닐까. 혹 이런 ‘이기적인 본질’이 드러나면 군색해질 것이 분명하니, 보수 세력이 즐겨 쓰는 전교조의 이념성 운운 하는 논리를 앞세운 것이 아닐까.

C씨와 같은 ‘강남 엄마’들의 자녀들은 나중에 어떻게 자랄까. ‘못사는 애들과 섞여서 공부해서는 안 된다’며 임대아파트 건축 반대 공문을 보낸 사람을 지지하는 엄마를 보고는, 혹시 ‘나만 잘 먹고 잘 살며, 다른 이들의 고충과 상실감에 대해 눈감아 버리는 표독한 이기주의자’로 성장하지는 않을까. C씨는 자기 자녀가 이렇게 양육되기를 바랄까.

어쨌든 결론은 났다. ‘강남 엄마’의 힘을 얻은 공정택씨가 당선됐다. 공정택씨는 초등학교서부터 ‘경쟁’ 논리를 대입하고, 중·고등학교까지 성적순으로 줄을 세운단다. 따라서 ‘강남 엄마’의 축배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앞으로 계속 터질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엄마들의 한숨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이기주의가 교육을 삼켜버렸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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