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고수, 활빈당 등 적극적인 모습 주목

최근 몇 년 사이 사극드라마의 붐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극 드라마들이 제작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방영된 사극드라마들은 ‘주몽’에서 ‘이산’에 이르기까지 소위 국민드라마라는 찬사와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역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을 그려냄으로써 옛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전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많은 사극드라마의 범람 속에서 최근 눈에 띄는 것은 퓨전사극의 광범위한 등장이다. 퓨전사극은 정통사극에 현대 기술을 활용한 액션장면과 현대적 말투, 캐릭터들이 결합된 사극을 말하는데, 그 전기를 이룬 것이 MBC의 ‘다모’였다. ‘다모폐인’이라는 용어를 만들며 드라마의 마니아 성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이 드라마의 등장 이후 퓨전사극의 시도는 꽤 많았고 최근 ‘태왕사신기’(MBC), ‘홍길동’(KBS), ‘최강칠우’(KBS). ‘일지매’(SBS)까지 봇물을 이루듯 등장하기 시작했다.

 

‘쾌도 홍길동’의 허이녹
‘쾌도 홍길동’의 허이녹
‘다모’ ‘쾌도 홍길동’등

능동적인 여성 인물 눈길

이런 퓨전사극의 등장은 판타지적 영상으로 볼거리도 풍부하게 만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가 눈에 띈다.

보통 정통사극의 여성들은 왕의 애정전선을 둘러싸고 암투를 벌이는 치맛바람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거나 혹은 착하고 지고지순한 수동형의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반해 퓨전사극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예가 많았다.

퓨전사극의 시발이 되었던 ‘다모’에서의 여주인공 채옥(하지원 분)은 무술훈련을 받고 남성과 대련을 벌이는 무술고수로 등장한다. ‘태왕사신기’의 사신 중 하나인 여주인공 수지니는 활에 있어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는 싸움꾼이다. 여기에 ‘쾌도홍길동’에서 활빈당에 가입한 여주인공 허이녹(성유리 분)까지 과거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힘의 대결에서 여성들도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퓨전사극을 통한 여성 중심인물들의 외향적 변화는 새로울 뿐만 아니라 극의 재미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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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의 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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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현대 여성 모습 투영

‘일지매’ 속  여주인공

퓨전사극의 여성 캐릭터들은 내적인 면에서도 이전 캐릭터들과는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종영을 앞두고 있는 SBS ‘일지매’는 이런 변화들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다. ‘일지매’에는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 명은 일지매의 개인적 복수의 대상 중 하나인 변식 대감의 딸이자 운명의 상대인 은채(한효주 분)이고 또 한 명은 일지매를 연모하는 봉순(이영아 분)이다.

원수의 딸과 사랑하는 다소 진부한 일지매와 은채의 연인 관계는 그러나 이야기 전개의 신선함과 은채 캐릭터의 강단으로 이 요소를 극복한다.

그녀는 사대부가의 고운 딸에 머물지 않고 객점을 지어 운영하는 직업여성의 모습을 보이고 많은 이에게 선을 베풀어 칭송받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의로움과 강인함도 보인다. 위기에 처한 일지매를 구하기 위해 활도 쏘는 그녀는 자기 감정 표현에도 수동적이지 않다.

한편 또 한 명의 여주인공 봉순이는 은채보다 더 능동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지매에게 끊임없는 애정공세를 펼치고 심지어 자신이 주도하는 키스신까지 선보인다.

일지매를 쫓는 무리들을 유인하는 그녀는 신분적 제약을 받는 은채보다 더 활동성이 강하여 일지매와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렇듯 사극임에도 ‘일지매’ 속 여성들은 현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최강칠우’의 소윤
‘최강칠우’의 소윤
공감 얻기 위한 사극의 변화

다양한 여성 캐릭터 기대

그러나 모든 퓨전사극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가 과거의 전형성에서 벗어나는 인물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일지매’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고 있는 KBS 2TV의 ‘최강칠우’가 그 예다. 이 드라마는 ‘일지매’처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칠우라는 가상의 영웅이 등장하여 그와 주변인들이 펼치는 부조리한 정치세력에 대한 응징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소윤(구혜선 분)은 양반집에서 관노로 전락한 인물로 어릴 때부터 칠우가 사랑한 여인이다.

그러나 뚜렷한 개성이 없는 평면적인 캐릭터로 칠우(에릭 분)의 보호 속에 안위하는 인물로 그려져 과거 사극 속의 여성 캐릭터의 진부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퓨전사극이 보일 수 있는 새로운 인물형을 창조하지 못하고 있다.

사극이라고 해도 현 시대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최강칠우’의 소윤처럼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인물형의 의미 없는 재생산으로 비판받기도 할 것이다.

여성 캐릭터의 변화를 추구하는 퓨전사극 드라마에서의 이런 흐름들은 상상의 이야기를 주로 펼치는 퓨전사극 드라마의 특성상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다양한 여성 인물형을 통한 신선한 사극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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