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장 거품 벗고 새로운 파이 개발할 때"
모녀 관객에게 큰 호응 "중년 여성 문화욕구 확인"
‘마리아 마리아’ 뉴욕 진출로 히트… "세계로 진출할 것"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딸도 함께 좋아하더군요. 이번 공연으로 중년 관객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관객들의 욕구를 알았으니 다음 공연에서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아줌마에 의한, 아줌마를 위한 뮤지컬’을 표방한 ‘줌데렐라’를 기획한 인물은 30대 중반의 젊은 CEO인 강현철(34) 조아뮤지컬컴퍼니 대표. 강 대표는 2004년 막달라 마리아를 소재로 한 ‘마리아 마리아’를 시작으로 ‘넌센스 라스베가스’ ‘친정 엄마’ ‘더 라이프’ 등을 제작한 인물이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지나고 보니 제가 제작한 뮤지컬이 모두 여성 작품이었네요. 알고 보면 제가 페미니스트 기획자였나 봐요.”
무명의 기획사로서 내놓은 첫 작품 ‘마리아 마리아’는 제10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작사 및 극본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고 2006년 뉴욕 공연까지 성사시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리아 마리아’는 처음부터 뉴욕 진출을 위해 기획한 작품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줌데렐라’는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죠. 한국 드라마의 한류 열풍에서도 보듯 일본에선 40,50대 여성들의 문화가 굉장히 발전되어 있거든요.”
그는 중년 여성들의 문화 욕구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국민총생산(GNP) 2만 달러가 넘어서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문화생활을 즐기기 시작한다”면서 “시장을 미리 예측하고 좋은 작품을 만든다면 관객들이 외면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강 대표의 집무실 벽에는 한국 외에 뉴욕, 런던, 필리핀의 시각을 가리키는 4개의 시계가 걸려있다. 미국, 유럽, 동남아로까지 한국의 뮤지컬을 수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아직도 거품이 많습니다. 그 작은 시장을 나눠먹을 게 아니라 잠재적인 고객을 개발하고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야죠. 지금의 뮤지컬 시장은 10년 전 영화시장과 비슷합니다. ‘쉬리’의 성공으로 한국 영화시장이 갑자기 커졌지만 지금 보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상태죠. 한국의 창작 뮤지컬을 보호하는 ‘스테이지 쿼터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뮤지컬 기획사 조아뮤지컬컴퍼니를 세운 것은 2003년 5월. 이는 대학 4학년 때 시작한 공연기획사 아웃리치 코리아에서 비롯됐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둘러싸여 자랐어요.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누나는 오페라 가수, 할아버지는 성악가셨죠. 예술가들과 접하면서 저는 예술을 직접 하기보다 프로듀서로서 그들이 마음껏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고 결심했죠.”
작은 교회의 한쪽 구석에서 어렵게 시작된 공연기획사. 그는 그 시절에도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 공연을 만들고자 애썼다. 그런 관심이 자연히 뮤지컬로 옮겨가게 됐고 최무열 예술감독을 만나 ‘마리아 마리아’를 기획하고 조아뮤지컬컴퍼니를 차렸다.
“‘마리아 마리아’는 최무열 예술감독과 여자주인공 강효성 외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물론 연출, 작가, 작곡가 모두 뮤지컬이 처음이었죠. 연극배우들을 데려다가 매일 트레이닝을 시키며 만들어낸 기적 같은 작품이죠. 꿈을 꿀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는 문화를 통한 사회복지에도 관심이 많다. 사회복지 석사과정을 끝내고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수화공연과 점자공연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1년에 3000만~4000만원씩은 사회복지 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앞으로 문화 사회복지사가 되어 소외된 이웃들에게 더 큰 문화적인 기쁨을 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