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소제’ 어린이 건강 위협 심각

 

최근 어린이 놀이용품에서 다량의 환경호르몬추정물질이 검출돼 무리를 빚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최근 어린이 놀이용품에서 다량의 환경호르몬추정물질이 검출돼 무리를 빚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하며 3개월, 33개월 된 두 아들을 키우는 5년차 주부 박지윤(30)씨는 지난 봄 인터넷 쇼핑몰에서 어린이 놀이용 매트를 구입했다.

아파트에 사는 그는 아이들이 놀이 도중 다치는 일을 방지하고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이웃집으로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큰맘 먹고 거금 10만원이나 들여 구매한 것이다.

그런데 박씨는 최근 매트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어린이 놀이용품 대부분에서 환경호르몬 추정물질이 검출됐다는 얼마 전 뉴스 보도 내용 때문이다.

똑같은 제품은 아니지만 왠지 놀이매트 위에 아이들을 뛰놀게 하는 것이 마치 환경호르몬이 가득 채워진 풀장 안에 아이들을 넣어 놓은 것처럼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사용을 안 하자니 불편하고 아까운 생각이 들고 사용을 하자니 아이들 건강이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소비자원 놀이매트 조사

7개 제품서 유해성분 검출

최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부 놀이매트에서 ‘환경호르몬’ 추정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린이들의 건강과 놀이 환경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첨가물로 특히 장난감, 화장품, 세제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고형 플라스틱 폴리염화비닐(PVC)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쓰인다.

그러나 PVC와 결합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온도, 압력, 접촉용매 등 외부환경에 의해 제품에서 자연 유출되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원장 박명희)은 시중에 유통되는 놀이매트 15개를 구입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등 유해성분 함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 7개 제품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PVC 재질의 매트 9개 제품. 그 중 7개에서 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DEHP)와 디이소노닐프탈레이트(DINP)가 다량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함유량은 적게는 24.8%에서 많게는 34.9%까지. 이들 물질은 올해부터 규제 화학물질로 정해진 것으로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완구와 유아용품에 함량 기준치를 0.1%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환경부는 장난감 등 어린이 용품의 위해물질이 어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어린이 건강에 위해가 우려될 수준의 유해물질이 노출돼 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발표한 사실과 맞물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환경부는 수유·이유용품, 장난감, 장신구 등 17개 제품군 중 총 160개 제품을 대상으로 비스페놀A 등 일반 화학물질, 프탈레이트 가소제류, 중금속 등 51개 화학물질에 대해 경구노출 중심으로 위해성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 인형과 완구 중 일부에서 DEHP와 DINP, 그리고 같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디이소데실프탈레이트(DIDP) 등 3종이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됐다.

환경부, 소비자단체

관련기준 없어 대안 미봉책

이에 대해 환경부와 소비자단체들은 직접적인 품목 관리를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과의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 중에 있다. 그러나 놀이용 매트에 대한 정확한 법적 개념이 없고 실제 법령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조속한 대안 마련은 현재로선 어려운 상태다.

환경부는 지난 5월 발표 직후 DINP, DIDP 등 가소제 성분을 ‘자율 안전 확인 기준’에 포함토록 하고 DEHP와 중금속 일부 물질 함유 제품에 대해서는 지식경제부에 사후관리를 더욱 강화해 줄 것을 협조 요청했지만 9일 현재 그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놀이매트 유해 물질 관리 기준 마련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관리규정 확대 ▲불법·불량 제품 지도 및 단속 강화 등의 요구를 기술표준원에 건의했지만 실효 시점은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놀이용 매트에 대한 위해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어린이용 제품은 모양이 예쁘고 말랑거려 아이들이 입에 넣는 경우가 많으므로 구체적인 단속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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