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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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때문에 울어본 적이 있으세요? 그리고 자신의 본명을 밝히는

행위 자체가 평생을 편견과 오해와 싸워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을 상상이나 해보셨나요?”

오는 10일 〈재일교포 김광민 이야기〉에 상영될 다큐멘터리 〈본명

선언〉의 감독 홍형숙 씨가 대뜸 던지는 질문이다. 그렇다. 한국사회

에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다. 그러나 재일교포들의 사정은 다르다.

1920년, 제주도와 오사카를 오가는 군대환이라는 배에 몸을 실은 조

선 사람들이 있었다. ‘재일동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현재 66만명에 달한다. 재일동포들은 두가지 이름을 쓴다. 일본 이름

인 ‘통명’과 한국 이름인 ‘본명’이 그것. 본명을 쓰는 재일교포

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일본에서 본명을 쓴다는 것은 남아있는

인생을 거는 선택이라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아는 사실이다. 본명을

쓴다는 것은 불평등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러한 일본 사회에 대한 일

종의 ‘시위’를 ‘선언’하는 것이다.

95년 홍 감독은 아마가따 영화제에 초청받아 일본에 가게 된다. 거

기서 만난 동포 양영희씨는 자신이 제작한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홍 감독에게 보여준다. 이미 식상한 일로 여겨져 묻혀져가는 재일동

포문제.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실상은 그리 쉽게 넘겨버릴 수 있

는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나 자신의 이름 때문에 우울해하는 10대의

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명선언〉의 구상을

시작했다.

지난 6월 오사카의 아마가사키 고등학교 전교특별총회에서 재일동포

동아리 ‘동포회’가 주제발표를 하게 된 것은 ‘선물’같은 행운이

었다. 1학년 ‘마쯔다 순지(본명 이준치)’는 본명선언을 할 것인가

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영화는 본명 선언을 하기 하루 전, 당일, 그

다음 날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늘 붙는 수식어가 있다. ‘여성 감독 특유

의...’. 〈본명선언〉을 찍으며 그들은 이름이라는 ‘국적’의 잣대

로 고통을 당하지만 우리는 여성이라는 ‘성정체성’으로 차별받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제 3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어 호평을 받은 〈본명성언〉의

홍형숙 감독은 현재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든 여성문제를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 의식·무의식 중에 생활 전반에 침투한 분단이데올로기

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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