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짓날 밤 2시간 동안 전세계인들과 동시 실천
여성환경연대 ‘에너지 적게 쓰고 삶의 속도 천천히’

농부이자 철학자인 야마오 산세이의 글을 읽다 문득 ‘시간’의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야마오의 글에서, 몇 해 전 원자시계(이름만 들어도 매우 정확할 것 같다. 이제는 나노시계의 발명을 기다려야 할까?)가 만들어지면서 본래 지구의 자전으로부터 산출하던 시간에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 차이만큼 ‘윤초閏秒’로 덧붙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구의 자전이라는 자연적이고, 우주적인 섭리를 인간의 손으로 수정해도 좋다는 발상, 그 기술주의가 시간조차 지배하는 사례라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진보와 진화를 추구하면서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성을 파괴하며 살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인 양, 그 길밖에 없는 것처럼 계속 돌진한다. 그러나 전진할 수 있는 미래가 있듯, 과거를 향해 흐르는 시간도 있으며, 또한 항상 지금이라고 일컫는 이 순간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진보하고 발전하면서 얻은 문명의 이기를 뒤로하고 과거를 향한 삶의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현재를 살아가는 데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 우리가 내일을 향해 걸을 수 있는 것처럼 어제를 향해서 걸을 수 있다는 게 이 농부철학자가 정의하는 자연을 향하는 시간의 개념이 아닐까.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시간은 빠르게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 인간이 막대한 자연 에너지를 쓰면서 지구의 수명을 빠르게 단축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방안에서 뒹굴뒹굴 하면 시간이 참 더디게 간다고 느끼듯이,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자연에서 뛰놀던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루가 참으로 길고 알찼던 것 같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은 시간을 버는 길이기도 하겠다. 어제를 향해 가는 방법으로 느리게 살아보자.

여성환경연대는 플러그를 뽑고, 촛불을 켜는 행동으로 에너지를 적게 쓰고, 삶의 속도를 늦추는 캔들나이트를 제안한다.

캔들나이트는 일 년에 하루, 낮이 가장 긴 하짓날 밤(2시간  동안) 전 세계인들과 동시에 문명의 플러그를 뽑는 구체적인 실천이다.

TV, 손전화, 전기 등을 끄고 석유문명에 의존한 우리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면서 자연의 속도에 맞춰 느린 일상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빠르게 살면서 잊고 지낸 것들을 되찾는 시간, 삶의 속도를 늦추어 우리들의 건강한 밥상을 되찾고, 이웃 나라의 가난한 여성과 아이들을 생각하며, 기후변화로 고통 받는 모든 생명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다양한 ‘촛불’의 이름으로 꿈꾸어본다. 그것은 우리들 삶을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나가는 일일 것이다.

* 캔들나이트는 누구나, 어디서나 플러그를 뽑고 촛불을 켜는 자발적 이벤트입니다. 6월 21일 하지, 늦은 8~10시(cadle-night.or.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