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향한 ‘무리수’보다 의미있는 땀 원해
역사배우기·봉사 속 진정한 웃음 보여주길

그래서 ‘무한도전’은 목표가 힘겨울수록 좋다. 천년 고도 경주를 알아본다고 비 오는 날 새벽부터 일어나 밤늦게까지 몸이 부서져라 돌아다니고, 태안에 도서관을 짓기 위해 목공일에, 미용 봉사에, 매운탕도 끓여 대접하고, 바닷가 기름도 닦아내면서 제대로 일할수록 볼 맛이 난다. 그래야만 시청자인 내가 마치 경주를 한 바퀴 돈 것 같고 태안에 도서관을 지은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절대 어떤 일도 쉬워서는 안 된다.
게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힘겨움과 망가짐이 이유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청자는 결코 가학적이지 않다. 시청자 자신부터 쓸데없는 일로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듯, 부딪치고 깨지는 고통이 ‘의미 있는 고통’일 때 고통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다. 뜻있는 일을 위해 온갖 고통을 감수하며 땀 흘리는 것을 보며 시청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방송된 ‘무한도전’의 몇 회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100회 특집의 경우, 단지 100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어 시속 100㎞인 롤러코스트를 타고 자장면 먹기, 100m 수영대결, 양궁으로 100점 내기 등을 꾸며 그간 무한도전이 100회를 통해 보여 온 땀 흘린 도전의 의미를 무색하게 했다. 오히려 시속 100㎞로 달리는 롤러코스트를 타면서 자장면을 먹는 모습은 자장면이 반이나 뒤로 날아가기까지 해서 대단히 위험했고, 수영장에서 일곱 살짜리 아이가 나이 사십의 박명수 머리를 쿵 내리치는데도 웃어야 하는 상황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창작동요제는 ‘도전’보다는 말장난에 가까웠으며, 교복 입은 소녀 팬들 앞에서 빨간 삼각팬티를 입고 저질댄스를 추게 한 ‘재밌는 놀이’편은 마치 ‘바바리맨’의 성희롱을 보는 것 같았다. 기네스 기록 도전대회도 ‘도전’보다 아까운 음식으로 장난친다는 불편함만 남았다. 특히 빨래집게를 온 얼굴에 꽂아 일그러지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시청자를 사디스트로 모는 것이며, 삼각팬티 빨리 입고 벗기는 무한도전의 멤버들조차도 민망해 하면서 왜 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저속하거나 알 수 없는 내용의 자막의 남발이었다. “충분히 갖고 놀아주는 게 포인트” “기저귀 팬티 자랑하는 털난 아기” “진작 단물 빠진 맹구+팔계” 같은 천박한 자막의 범람이나 “첫 번째 거지 뚱보” “웬 거지 왔어, 짖어” “마을의 큰 짐, 한 동네에 둘씩이나”처럼 웃음의 소재로 해선 안 되는 뚱보니 바보의 희화화, 그리고 “돌아이의 마스터피스” “이것도 동일성유지권” “이미 바첼러 생활화” 등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자막의 홍수로 혼란스러웠다.
‘무한도전’이 우리 역사 배우기의 의미가 있었던 경주 보물찾기 특집,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고자 했던 태안 도서관 만들기처럼 ‘무한도전’만의 특징과 장점을 잘 살린 방송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다섯 남자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위해, 꼭 잘 된다는 보장도 없이 땀 흘릴 때, 그 안에서 진정한 웃음과 가치가 빛을 발하는 그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