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형주택이 쾌적한 생활환경 만들어
설계단계부터 열 보호와 재이용 고려해야

‘공간복지’라는 단어를 발표하고 반년이 지났다. 지난해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가 발주한 ‘공간복지 증진을 위한 여성건설인의 활용방안 연구’ 프로젝트를 ㈔한국여성건설인협회와 함께 수행하며신진 세력으로 등장한 건설분야 전문 여성인력과 21세기형 삶의 공간을 서로 연동시켜야 할 논리를 연구했다.

‘공간복지’란 공간과 복지의 합성어로 각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을 담아내는 ‘건강한 공간 상태’를 의미한다. 지금껏 삶과 무관하게 수동적으로 공간을 지각해 왔던 데서 나아가 연령, 성별, 장애를 배려한 진화된 공간 안에서 평안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 이처럼 인문학적인 공간복지 개념을 제안하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도심 보행공간 재정비, 문화재 주변경관 재정비, 밤길 가로변 재정비, 농어촌 장애인 주거환경 재정비, 여성 친화형 주거단지 계획, 옹벽 없는 단지 계획 등을 제안했다.

‘인문학적인 공간복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물리학적인 공간복지’ 개념이다. 매일 솟구치는 원유값을 보면서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이제껏 수동적으로 주어졌던 공간이 아름답고, 기능적이고, 구조적이었다면 21세기형 공간은 물리적인 원리를 기반으로 쾌적성을 확보하는 건강한 공간 상태로 변모돼야 한다.

그렇다면 물리학적으로 건강한 공간 상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먼저 건축물이 남향 배치가 되어야 한다. 건축물 내의 실내온도가 19℃에서 23℃여야 하고, 실을 에워싸고 있는 벽의 표면 온도가 최소 16℃에서 18℃여야 한다. 실내 벽체는 열 저장능력이 있어야 하고, 바닥 온도는 최적이 22℃에서 24℃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상대습도는 50~60%를 유지해야 하는데 습도가 40% 이하로 내려가면 호흡기관이 건조해지고, 60% 이상이 되면 사우나 효과가 일어난다.

여기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건축물은 쾌적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는 명제가 등장하게 된다. 왜냐하면 최소의 에너지로 최적의 주거환경을 만드는 일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로 유럽에서 시행되어온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의 주요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가? 그 답은 바로 현재 쓰고 있는 열에너지를 보호하거나 재이용하는 데 있다.

구두쇠 스크루지가 두꺼운 실내복을 입고 양말에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침대위에서 자는 모습을 그림책에서 본 적이 있다. 공기가 차가우니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온통 뒤집어쓰고 자는 것인데 우리나라 한옥도 바닥 온도는 무척 뜨거운데 코끝이 시리다는 말을 종종 한다. 한옥뿐만 아니라 요즘 지어지는 주택도 기밀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외풍이 생기게 된다.

공간을 쾌적하게 한다는 것은 단지 바닥 온도뿐만 아니라 실내공기도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내공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창, 지붕, 바닥 그리고 벽면 단열 성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요즘처럼 대낮 온도가 30℃를 넘어가는 시기에 에어컨에서 발생하는 차가운 공기가 빨리 뜨거워지지 않도록 단열된 공간에 담아야만 최저의 에너지로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바닥 난방을 주로 사용하는 주택에서는 특히 겨울철에 너무 많은 가구를 배치하거나 또는 침구를 깔아두어서는 안 된다. 바닥면에 두꺼운 솜이불을 오랫동안 깔아둔다는 것은 방 한가운데에 난로를 두고 그 주변을 단열재로 차단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한 우리네 아파트는 모든 공간이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면적의 유리창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공간에 맞는 적절한 크기의 유리창을 선호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주택에서 사용하지 않는 외부 덧문 또는 차양 설치는 매우 중요한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만드는 요소다. 왜냐하면 겨울에는 유리면을 통해 내부 열이 쉽게 손실되고, 여름에는 직사광선이 실내로 유입되는데 이때 덧문과 차양은 실내 열을 보호하거나 외부열을 차단하는 데 중요한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실내 벽 표면 온도가 최소 16~18℃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벽체 외단열이 열교(Heat bridge) 없이 우수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며 더 나아가 벽체 자체가 축열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아쉽게도 내단열 공법(단열재가 내부에 있음)으로 되어 있어, 벽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벽 자체가 축열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더더구나 실내 벽은 대부분 합판 또는 석고보드로 마감되어 있기 때문에 열저장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난방 스위치를 끄는 순간 벽 표면 온도는 바로 하강하고 벽면으로부터 복사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난방 스위치를 올려야 해서 에너지 사용량이 매우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벽면에 붙박이 가구 또는 싱크대를 설치할 경우는 가능하면 가구 뒷부분에 공간을 두어 내부 열이 벽체 표면과 맞닿도록 하는 게 좋다. 벽면 온도를 높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곰팡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정부의 발코니 확장 합법화 조치(2005년 12월 2일) 이후 발코니 확장이 유행하면서 외부 온도와 내부 온도의 극심한 온도차(겨울철 최대 30℃)를 유리 몇 장으로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코니 자체가 단열재 역할을 하여 실내공기가 외부 온도와 무관하게 따뜻하거나 시원해질 수 있었는데 발코니 확장을 통해 이마저 어렵게 된 것. 겨울철에 유리창으로 가까이 갈수록 복사를 통해 내 몸의 온도를 쉽게 뺏기기 때문에 거실 공간이 넓어졌다는 만족감 이외에는 더 이상 그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발코니 확장을 할 때에는 유리문과 유리문 사이 간격을 30cm 정도 중간 단열공간을 만들게 되면 에너지 사용량이 적어질 수 있다. 지속적인 자연환기를 통해 실내 상대습도 또한 50~60%로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냉·난방을 하고 있는 중에 너무 건조하다고 유리창 문을 활짝 열게 되면 열에너지를 더 많이 손실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폐열회수기를 설치해 적은 전기량으로 실내 공기를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는 것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건축물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설계단계에서부터 열전도, 열복사, 열대류를 염두에 두고 디테일을 고안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건축물 곳곳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건축자재 및 공법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인테리어에 치중하고 있는 우리나라 주택 풍토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며 이러한 주택문화가 이 사회에 정립될 때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축가가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에너지 절약을 요구하는 건축주 또는 소비자의 긍정적인 사고와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慧眼)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건강한 공간 상태를 수반하는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은 바로 건축주의 건강을 책임지는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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