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적 의정활동’ 동력 제공했다

17대 국회가 문을 연 지난 2004년부터 지난 4년 여는 저출산·고령사회, 세계화 지식기반 사회를 맞아 어느 때보다도 여성과 가족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사회적 돌봄과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이에 발맞춰 여가위는 양성평등정책의 성숙과 가족정책의 발전에 큰 성과를 보였다.

문희 위원장은 “여가위는 ‘가정과 직장의 양립’이라는 측면에서 다수의 법안을 제정했고 국제결혼 가족을 포함해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지원을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총평했다.

차인순 여가위 입법심의관은 국회가 성인지 의회의 단초를 형성하는 데 동력을 제공했다고 평가내렸다. 차 심의관은 “여가위는 모든 의정활동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시키면서 17대 국회가 성인지 의회의 단초를 형성하는데 동력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인지적 예산 제도화, 성별영향분석평가제도 도입 등의 법적 근거와 틀을 마련하는 데 여가위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사안과 관련, 당론에 갇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군가산점제를 도입하는 병역법 개정안의 경우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의견이 모아지지 못했고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도 위원회 차원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가족친화환경 등 제도화 성공

여가위는 여성들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보육서비스 시스템 구축과 가족친화적 사회환경 조성, 다문화·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을 위한 지원 정책 추진과 입법활동에 주력했다.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등 인권문제도 물론이다.

새롭게 제정된 법안으로는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안’ ‘다문화가족지원법안’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진흥법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오는 6월 시행되는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안’으로 인해 아동 양육과 가족 부양 등의 책임이 사회적으로 분담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마련될 전망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안’은 최근 국제결혼의 증가 등으로 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발맞춰 다문화 가족의 구성원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순조롭게 통합되고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의 제도적인 틀을 마련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여성 경제활동 증진을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진흥법안’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따라 국가는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진흥을 위해 종합시책 수립,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 등을 강구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등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무를 규정한다.

이외 전면개정이 이뤄진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도 큰 의미를 갖는다.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의 경우에는 가해자의 형량 강화 등 법사위 분야가 많이 포함됐지만 여가위 차원의 의견 제시가 두드러졌던 사안이다.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 논의 시와 마찬가지로 관련위원회로서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영향력을 크게 미쳤던 사안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여가위는 공청회, 정책토론회 등을 자주 개최하고 문제가 발생한 지역을 찾아 현장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다양한 여성문제를 환기시키고 향후 정책 과제 개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소속 여성의원 활동 뛰어나

특히 위원장을 맡았던 문희 한나라당 의원, 전반기 간사를 맡았던 홍미영 통합민주당 의원,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의 활약은 뛰어났다. 

문 위원장은 지난 2006년 6월부터 2년 여간 여가위를 무리 없이 이끌면서 특히 아동성폭력 예방정책과 관련해 정부에 종합적 대책을 촉구, 전체를 아우르는 모범적인 형식의 문제제기가 인상 깊었다는 평이다.

어린이 성폭력 안전을 위한 정부의 대책을 추궁하며 스쿨폴리스 제도 확대, 음란물 차단 대책, 대통령 직속 아동성폭력근절위원회 설치 등을 동시 제안하는 형식이다.

홍미영 의원의 경우 겸임상임위로서의 장점을 잘 살렸다는 평이다. 홍 의원은 여가위 외에 행정자치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들 겸임하고 있는 상임위를 통해 성평등 관련 법안이나 문제들에 대해 이슈화하려 노력하면서 국회 전체에서 성평등 의제들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06년 2월 발의한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과 2005년 10월 발의한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그 예다. 정치자금법 개정안에는 여성추천보조금이 용도에 맞게 적절히 쓰일 수 있도록 했고 지방세법 개정안은 실질적인 양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부부 간의 재산분할청구권 행사 시 현행법상의 취득세와 등록세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순영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빛을 발했다. 10명의 당내 의원들과 함께 각각 소속된 상임위에서 여성관련 정책을 평가하는 ‘여성국감’을 앞장서 시행한 최 의원은 비록 ‘법안통과’라는 가시적인 성과는 크게 내지 못했지만 여성관련 정책을 공론화하는 데 일조했다. ‘여성국감’은 ▲정부 각 부처의 여성정책에 대한 통합적 접근 ▲국감시기 여성문제에 대한 적극적 의제화 측면에서 국정감사의 새로운 정형을 모색했다는 평을 받았다.

초당적 협력은 미흡

이런 성과 속에서도 정당과 계파를 뛰어넘어 초당적 협력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치적 대립 속에 서로 양보하거나 수용하는 측면이 부족했고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논리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여성가족부 통폐합 논의 때 위원들은 소속 정당의 입장을 넘어서지 못했고, 공청회 개최나 적극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못했다.

또 일부 남성 의원들의 정제되지 못한 발언이나 원론적인 답변들도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