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청이 구내 한 여성단체에 구청강당을 대여하기로 한 약속을

행사 이틀전에 일방적으로 번복하자, 해당 여성단체가 이를 ‘여성

활동 방해’로 규정해 집단 반발에 나섰다.

더구나 이 사건과 관련해 구의회 의원이 “할일없는 여자들이 몰려

다니며 벌인 하찮은 일까지 우리가 나서야 되느냐”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금천구 시흥 4동에

위치한 ‘살기 좋은 구로지역(금천구) 만들기 여성회’(이하 살구여

성회)가 지난 7월 14일, 15일에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금천구민을

위한 주민 환경학교’를 개최하기로 하고 금천구로부터 대여승락을

받은 후 홍보작업까지 마친 상태에서 행사 이틀 전인 7월 12일 구청

으로부터 강당을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양측의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살구여성회는 금천구내 저학력 여성들을 위한

기초교육, 주부대학(여성학, 가족학 등), 주민도서실 운영, 지역봉사

활동, 금천구 환경감시단 활동 등 환경사업을 실시하는 지역여성운

동 단체로 올 9월에 창립 6주년을 맞았다.살구여성회는 시흥동, 독산

동, 가산동과 함께 지난 95년 3월 1일 구로구에서 분동되어 현재 금

천구내에서는 유일한 여성단체다. 97년 서울시에서 공모한 시정참여

사업에서 작년에 이어 ‘환경보존 동단위 실천운동’을 하기 위한

단체로 선정되어 서울시로부터 1천3백만원을 지원받아 금천지역 내

환경보호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살구여성회 김주

숙(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회장은 “이 사건은 사소한 듯 보이

지만 지방자치 하에서 여성들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여성 자신을

위해 단체활동을 함에 있어서 지자체의 방해를 받은 결정적인 사건

입니다. 비단 우리 단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일방

적으로 민간활동을 방해할 수 없다는 선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끝

까지 구청측의 성의있는 사과를 받아낼 작정입니다.”라며 “금천구

처럼 각종 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민간여성단체들이 주민교육을 위

해 필요할 때 구청강당을 적법하게 대여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환경학교’는 서울시 녹색시민위원회 주최로 살구여성회가 수

행하는 사업으로 작년 11월에도 금천구청 대강당을 대여하여 진행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살구여성회측이 금천구청 강당을 빌리기 위해 환

경과 직원 김종식씨로부터 협조약속을 받은 것은 지난 6월 26일이었

고 총무과 직원 김승권씨로부터 7월 3일에 ‘공문이 처리되었다’는

대답을 들은 후 전단, 포스터, 플랭카드를 제작, 배포하는 등 행사

홍보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행사 이틀 전인 7월 12일 총무과 직원 이일삼씨로부터 구청

내부에 다른 행사가 잡혔으니 행사를 연기하든가, 장소를 옮기라는

전화를 받았고 이에 대해 살구여성회측은 “월요일에 실시하는 행사

를 토요일에 얘기해주면 이제 와서 어디로 장소를 알아 보라는 얘기

냐”며 항의하자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고 답했고 “다른

장소도 알아봐 줄 수 없다”는 말만 전해왔다고 한다. 김주숙 회장

은 곽욱렬 총무과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공문을 본 적도 없고 구

청 환경과와의 협의도 거친 적이 없으며 하부직원이 섣불리 한 얘기

에 책임질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살구여성회측은 ‘행

사 무산에 대한 구청측의 공식적인 사과를 바란다’는 진정서를 7월

22일자로 구의회와 금천구청 감사실에 제출했다. 7월 29일자로 보내

온 금천구청측의 회신을 보면 “구청강당 사용 신청에 대해서는 우

리 구의 형편상 사용을 불허하게 된 것이오니 양지하기시 바랍니

다”라고만 되어 있다. 공식적인 사과가 전혀 없고 강당사용 불허

이유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불성실한 답변이라고 판단한 살구여성

회측은 8월 2일자로 2차 진정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7월 14일부터

19일까지 금천구 주간행사계획표가 첨부되었다.

계획표에는 ‘7월 14일, 15일 오전 10시-오후 2시, 행사내용:금천구

환경지킴이 주민환경학교, 주관:살구여성회, 장소:대강당, 참석대상:

지역구민’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3달째 끌어오던 이 일은 지난 9월

2일 금천구의회 본회의에서 내무행정상임위원회(위원장 윤석오)에서

처리하도록 의결됨에 따라 9월 4일 심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총

무과장은 “자신의 불찰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

다. 한편 환경강좌가 실시되기로 되어있던 7월 14일에는 대강당에서

아무런 행사가 없었고 15일에는 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구청직원교

육이 실시된 것으로 총무과장을 통해 확인했다. 한편 살구여성회

간사인 한진씨는 “9월 2일 열린 구의회 본회의에서 윤석오 내무행

정상임위원회 위원장이 ‘할일없는 여자들이 모여 봉사한답시고 외

제물건이나 사들이는 보통 여성단체들의 하찮은 일까지 구의회에서

심사를 해야 하느냐. 꼭 살구여성회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판단

은 여러분에게 맡기겠다’라는 발언을 해 대다수 회원들의 기분이

매우 상해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확인전화를 하자 윤석

오 위원장은 “나도 인격이 있는 사람인데 그런 발언을 할리가 있느

냐”며 “구의회에서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청측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살구여성회측은 현재 9월 4일 당시의 구의회

회의록이 완성되는 대로 회의록을 구한 뒤, 윤위원장의 여성단체 비

하발언을 정식으로 항의할 예정이며, 구청 측에는 주간계획표가 하

루 전날 변경된 경위 및 구청 시설을 민간단체들이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것과 행사 당일 대강당 문이 잠겨진

채 있었던 경위 등에 대한 답변을 재차 요구하고 있다.

<박정 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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