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주부 34% “소득 없지만 내 명의재산 있어”
부부공동재산제운동 9년…사회적 공감대 확대돼야

최근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이 ‘아줌마 앤 더 시티’(AJUMMA & The City)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 대치동과 압구정동, 목동, 성북·평창동, 중계동, 경기도 분당 등 6개 지역의 중산층 이상(최저 월수입 400만원 이상) 주부 540명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해보니, ‘현모양처’에서 ‘쩐모양처’(錢母良妻)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주된 내용이다. 

실제로 조사대상의 절반을 웃도는 57.2%가 ‘현명한 주부는 양육보다 재테크를 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14.3%는 직접 주식투자를 하고 있으며, 10.7%는 재테크를 위해 대출 받은 경험이 있었다. 33.9%는 본인 명의의 부동산·동산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보고서를 담당한 최숙희 대홍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부장은 “최근 가정의 수입이 남편의 근로소득에 의존하기보다 자본소득, 정보소득의 비중이 커지면서 아줌마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제 아줌마는 정보수집의 주체이자 의사결정권자로 패밀리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 보고서는 소위 잘사는 동네에 사는 중산층 이상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전체 전업주부한테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근로소득이 없는 여성이 주도적으로 재무관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변화로 읽힌다.

여성계가 지난 9년간 진행해온 부부공동재산제 운동의 궁극적 목표도 바로 전업주부에 대한 경제적 차별을 없애고, 공동명의나 재산분할 등의 수단을 통해 여성의 경제적 권리를 키우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지난 4월22일 내부 정책연구포럼을 열고, 부부공동재산제 운동 9년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공유했다.

김홍미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가족담당 활동가는 “여성의 재산형성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지난해 부부 일방이 아파트 등의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하거나, 재산분할시 취득세를 비과세로 하는 등의 민법개정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밖으로는 “재산도 없는데 무슨 재산권이냐”며 일부 상류층과 중산층을 위한 운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같은 여성계 내에서조차 “재산 기여도를 따지지 않고 50대 50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홍 활동가는 “부부공동재산제 운동의 목적은 공동명의를 많이 하게 하고, 재산분할을 50% 받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이 재산권과 경제권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내공을 키우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법개정 등의 법·제도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여성 당사자의 체감도와 사회적 공감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법개정은 소모적일 뿐이라는 자성론이다.

그런 점에서 ‘여자와 돈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다큐를 감상하거나 ‘나와 돈’을 주제로 글짓기를 하고, 보험으로 경제를 배우는 등 대중적 접근을 시도한 광명여성의전화의 ‘여성 경제권 교육 프로그램’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오는 10월부터 총 6차에 걸쳐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김인숙 변호사(민들레법률사무소·민변 여성복지위)와 권혁란 칼럼리스트(전 이프 편집장) 등이 강사로 나선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전업주부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신용등급과 보험, 세금 등에서의 차별 사례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오는 6월24일 사례분석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