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어 강경조치 단행…관련법 제정도
"‘돈으로 아내를 산다’는 인식부터 버려야"

베트남에 이어 캄보디아 정부도 자국 여성들의 국제결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제결혼에 관한 법안을 마련할 때까지 국제결혼 자체를 금지키로 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국제결혼을 중단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베트남이 지난 2006년 5월 국제결혼 요건을 강화한 후 결혼정보업체들이 캄보디아로 몰리면서 자국 여성들의 인권침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보호책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 아이 캄보디아 여성부 차관은 지난 3일 “캄보디아 여성 7명이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을 견디지 못해 귀국했다”며 “국제결혼을 빙자한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여성들에 대한 서류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아이 차관은 “정부가 국제결혼에 적용할 법률적 틀을 마련하면 중단조치는 해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결혼비자 발급 건수는 2004년 72건에서 지난해 무려 1759건으로 크게 늘었다. 또 유엔 국제이주기구(IOM)가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서는 최근 4년간 모두 2500여명의 캄보디아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고 밝혔다.

통계청 2007년 혼인 통계에서도 한국 남성과 캄보디아 여성의 결혼은 전년 대비 1400여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은 전년보다 3500여건 감소했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의 국제결혼 상대국이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급격히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베트남과 달리 캄보디아에서는 국제결혼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결혼중개업체들이 손쉽게 결혼중개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의 결혼을 결정하는 캄보디아의 전통은 부모에게 접근해 국제결혼을 추진하려는 브로커들을 끌어들였다.

문제는 국제결혼이 이혼과 가정폭력 등 인권침해 문제를 낳고 있다는 데 있다. IOM 보고서는 “일부 국제결혼 사례는 성공적이지만, 상당수 캄보디아 여성들이 외로움과 파혼, 이혼, 때로는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가정불화 때문에 이혼을 원하더라도 중개업자들이 위약금을 빌미로 위협을 하기 때문에 이혼하기도 쉽지 않다고 보고했다.

앞서 미 국부무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 저개발국 여성들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식의 인신매매성 국제결혼 관행을 개선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여성의 사망사건으로 베트남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오는 6월부터 결혼중개업을 자유업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결혼중개업관리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 올해 중에 최다 국제결혼 상대국인 베트남과 필리핀 한국대사관에 여성인권담당관을 파견해 인신매매성 위장결혼 여부를 엄격히 심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법과 제도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해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권미주 이주여성인권센터 상담팀장은 “결혼중개법이나 여성인권담당관제도를 시행하더라도 현지에서의 횡포를 국내법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법·제도를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돈으로 아내를 사온다’는 인식을 없애는 등의 성숙한 국제결혼 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