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 교수포럼서 ‘통섭교육’제안
‘통섭’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지식의 대통합을 칭하는 말로,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고안해낸 단어다. ‘큰 줄기를 잡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학문의 경계를 허물려는 노력을 담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최근 대학들은 다른 학문과의 학제간 연구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통섭 교양과목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통섭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경희대다. 경희대는 올해 ‘문학과 철학’, ‘인체와 생명’, ‘인터넷과 법’ 등 통섭과목을 대폭 확대 신설해 교양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했다. 서울캠퍼스에는 총 14개 강좌가, 국제캠퍼스에는 총 21개의 강좌가 신설됐다.
김상준 서울캠퍼스 교양학부 학부장은 “이번 교양과정 개편으로 학생들에게 인간과 자연, 사회와 문화, 분석과 종합 등 다양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과목을 제공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비판적,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화여대는 새로운 연계전공을 신설하는 쪽으로 ‘통섭’을 실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에코과학부 과정 신설. 인간을 위협하는 환경문제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학문인 ‘에코과학’을 통해 자연과학, 윤리학 등의 학문간 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제간 융합 모임인 ‘통섭원 모임’이 꾸려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본언어문화’ 연계전공도 신설해 일본어와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외에 인문대학에 소속된 연계전공은 동아시아학, 미국학, 미술사학, 전문영어 등 5개다.
성균관대와 연세대도 ‘이공계를 위한 경영학’, ‘음악 속에 숨겨진 공학원리’ 등 다양한 통섭 교양과목을 개설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등학교에서도 ‘통섭(Consilience)적 교육’의 움직임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지식의 통섭’(이음)이란 책을 통해 21세기 한국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위상을 살피고 통섭에 대한 과제를 논한 그는 지난 8일 이화여대 대학원관에서 열린 제1회 교수포럼에서도 ‘통섭교육’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21세기 학문 중 그 어느 것도 다른 학문과 소통 없이 홀로 설 수 있는 학문은 없다”며 “통섭 노력이 궁극적으로 결실을 맺어야 할 곳은 다름 아닌 교육이므로 다음 세대가 어떤 형태로든 통섭적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버드대학은 1978년에 처음 만든 ‘핵심교육과정’을 2009년부터 각종 기초학문을 실제 삶의 문제들과 연계해 통섭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