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별로 안늘고 확대 움직임조차 안보여
당선의원도 성인지 무장에 유대강화 ‘숙제’

전국적 규모의 선거 사상 유례 없이 낮은 투표율과 여당의 과반수 의석 차지, 민주당의 고전, 자유선진당의 충청권 장악, 진보세력의 몰락 등 이번 18대 총선의 결과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 대한 해석들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론 없이 분명한 한가지는 우리의 정치가 더 이상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천박한 치부가 너무 많이 드러나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역겨움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대선과정과 총선과정을 보면서 21세기, 세계 12위권의 경제규모와 국가경쟁력을 지닌 나라의 선거가 맞는가, 겨우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하는 실망을 맛보았다.

후보간 있을 수 없는 비방과 중상모략이 넘쳐나고, 경선은 슬그머니 던져두고 논공행상식의 공천이 천연덕스럽게 이루어지며, 탈당과 창당이 무상하게 반복되는 우리의 정치현실에 국민들이 어찌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겠는가?

포용과 상생의 정치가 아니라 승자 독식의, 사생결단식 정치가 이번 선거에서는 거물정치인들의 맞대결이라는 피 튀기는 이벤트까지 만들고 말았으니, 국민들이 거기서 무슨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겠는가?

이번 선거에서 많은 것들이 실종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하나마저 잃어버렸다. 바로 여성이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마침내 여성의원의 비율이 10%대, 즉 두자릿수를 넘어섰다. 이와 같은 쾌거는 여성운동가들과 여성단체 및 시민단체, 그리고 여성국회의원들의 줄기찬 노력에 의해서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여성국회의원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이전의 노력들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이대로 안주하자는 것인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여성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일부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는 남성이 압도적인 다수를 점하였다.

지난 정부의 가장 큰 성과라면 그래도 여성과 지방을 꼽을 수 있다. 주변부적 주제였던 여성과 지방을 논의의 중심에 갖다 놓았으며,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어떠한가?

다시 이들을 곁방에 두려 하고 있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선된 여성국회의원들은 여성의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신만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머문다면 우리 여성들의 실질적인 지위 향상은 요원하다. 성인지적 사고로 무장하고 이를 확대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의원들간의 네트워킹뿐만 아니라 여성단체와의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던진 메시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실망과 분노에 싸인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를 여성의원들에게서 기대해본다.

여성이 바꾸는 정당, 여성이 변화시키는 정치, 여성이 만드는 세계가 얼마나 희망적인지 꼭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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