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교정교육 제도화 시급하다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성범죄자 교정을 위한 표준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005~2006년 이를 시범 운영했던 한국여성상담센터가 대표적이다. 현혜순 센터장은 무엇보다 “성범죄자의 직접 관리기관인 법무부·교도소·보호관찰소 간에 가해자 교정프로그램을 연계해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거의 안돼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교정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운영해야 할 이들 기관에 오히려 민간 전문가들이 찾아가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달라고 부탁하는 실정이라는 것. 그는 “짧게는 5일부터 길어봤자 10주 정도에 ‘소나기’처럼 집중적으로 퍼부어지는 일회성 단기 교육으로는 성범죄자의 행위를 절대 교정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의 경우 성범죄자들이 평균 3~5년 복역 기간 내내 정기적으로 교정교육을 받고 있어, 5년 이내 재범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현 소장은 “강간 통념과 여성 비하의식 등 잘못된 가부장적 성통념을 수정한 후 이를 반복해서 학습 훈련시키는 것이 교정교육의 핵심”이라며 이 방법이 약물치료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고 전한다. 즉 성범죄의 이면에는 성적 흥분 등 생리적 부분보다 잘못된 사고체계가 더 문제라는 것.
“이제는 여자를 봐도 성적으로 흥분되지 않고, ‘인간’으로 보인다.”
교정교육을 마친 한 가해자의 고백은 성폭행이 만연한 현실에 한가닥 희망의 단서를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