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행복한 마돈나’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인종차별법안이 존재하던 시기,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이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남아공 출신의 작가 자케스 음다(사진)가 펴낸 소설 ‘행복한 마돈나’가 번역, 출간됐다.

섹스 스캔들의 중심에 놓였던 여성 니키와 포피 모녀의 삶을 통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시대로부터 민주화를 이룬 후의 시기까지 남아프리카 흑인여성들의 삶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야기는 인종차별시대 막바지에 살았던 어머니 세대 니키의 수난사로부터 시작한다.

18살 나이에 백인 농부에게 겁탈을 당한 흑인소녀 니키는 돈의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니키의 친구들은 이를 방관한다. 결혼한 남편은 니키를 의심하며 폭행을 일삼고, 그가 일하던 푸줏간 백인 여주인은 니키가 고기를 훔쳤다고 의심하며 사람들 앞에서 알몸으로 몸수색을 하며 수치심을 안겨준다.

니키는 여주인의 남편과 정을 통하는 것으로 복수를 하지만 그 사이에서 딸 포피를 출산하게 되고, 백인사회는 백인과 흑인간 성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위반했다며 그를 단죄한다. 흑인여성에겐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남기지만, 백인 남성에게는 교묘한 사면을 부여하는 인종차별법의 이중적 모습이 그려지는 부분이다.

시간이 흘러 남아공에도 새로운 시대가 찾아온다. 흑인들의 차별 철폐 요구가 거세지고, 90년 마침내 아파르트헤이트가 공식 철폐된다. 흑백 혼혈인으로 흑인과 백인 모두에게서 손가락질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니키의 딸 포피는 배 다른 오빠 빌리키와 함께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후 지방의회 의원으로 진출하기에 이른다.

책의 제목에 쓰인 ‘마돈나’는 이 작품에서 타락한 성모 마리아에 대한 비유로 백인남자의 아이를 낳은 흑인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인종차별정책 하의 남아공에서 ‘컬러드’(흑백 혼혈인) 여성은 경멸과 핍박의 대상으로, 가장 낮고 약한 지위의 사람이었다. 백인남성의 아이를 낳은 니키와 같은 흑인여성은 백인남성들을 유혹하기 위해 사탄이 보낸 하수인 취급을 받았으며, 모든 죄는 흑인여성에서 나오는 것으로 간주됐다.

미국 오하이오대 영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한 작가는 소설가이면서 시인, 극작가, 화가, 작곡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 아파르트헤이트 반대운동을 벌이던 아버지가 체포되자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남아공의 민주화 초기 사회상을 이 소설을 통해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짚어낸다.

작가는 인종차별정책을 추진했던 남아공 백인들뿐 아니라 자유투쟁을 벌였던 운동권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늦추지 않는다.

자케스 음다 지음/ 이명혜 옮김/ 검둥소/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