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도자들 4월 총선 기금마련 정책제시
건립사업 예정지 선정자가 대통령 희망 성큼

매년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세계 최초로 ‘여성운동’이 1857년 미국에서 작은 시위로 시작되었고, 세계 최초의 ‘세계 여성의 날’ 행사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1911년 3월19일 치러졌으며, 1917년 3월8일 러시아 ‘여성의 날’ 행사는 정치적으로 러시아 2월 혁명에 큰 공헌을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운동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하였다고 하니 다른 선진국보다 대략 130년 정도 늦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의 여성운동 역사에서 절대 빼어놓을 수 없는 여성운동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투쟁운동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관하는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는 1992년 1월8일에 시작하여 800회를 넘어섰다.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의 삶을 폭로하는 처절한 여성운동이자,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역사교육의 산실이었다.

짧지만 역동적인 한국 여성운동 역사 속에서 여성총리, 여성장관, 그리고 여성국회의원까지 배출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하여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받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민으로부터 제2의 ‘무관심’이라는 냉대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여성정치인들에게까지 외면당해왔던 이 운동이 언제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진실된 기록으로 남을 수 있을까?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일찍 우리 독립정부의 문지기가 되기를 원하였거니와 그것은 우리나라가 독립국만 되면 나는 그 나라의 가장 미천한 자가 되어도 좋다는 뜻이다. 왜 그런고 하면 독립한 제 나라의 빈천이 남의 밑에 사는 부귀보다 기쁘고 영광스럽고 희망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는 독립정부 대한민국이 건국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독립된 나라에서 살면 희망이 있다던 선생님의 말씀이 한때는 일본군 위안부로, 지금은 독거노인으로 사시는 그들의 가슴에 또 다른 절망으로 묻힌다.

우리 중의 몇몇은 진실을 외치는 할머니들에게 더러웠었다고 손가락질한다. 또, 우리 중의 몇몇은 위안부의 일은 이제 그만 덮어두라고 한다.

치욕스러운 부모세대의 역사가 부끄러워서일까? 아니면 일본과의 관계가 염려스럽기 때문일까? 도대체 무엇이 17년의 여성운동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일까? 어쩌면 체면 중심의 소심한 행동과 역사 불감증이 우리 모두를 ‘제2의 문화·역사 식민지’에서 사는 의식 없는 ‘세계인’으로 전락시킬지도 모르겠다.

식민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리고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정신과 육체를 따로 품고 살아온 그녀들이다.

오늘도 그 자리에서 목놓아 외친다.

17년을 포기하지 않고 외치는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의 노력이 2007년 7월에 미국 의회 하원 결의안 채택을 필두로 네덜란드 하원과 캐나다 연방 하원, 그리고 유럽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각각 채택하게 하는 견인차가 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여성인권 존중’이라는 핵심어로 자리하는 이 기회를 ‘위안부 역사 바로세우는 시기’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역사를 바로세우는 일은 식민지 시대의 여성상을 정확히 알리고, 인권유린의 현장을 고발하면서, 다시는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 성폭력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후손에게 남겨야 할 것이다.

오랜 투쟁의 역사 속에서 품어온 박물관 건립 소망을 이제는 실현시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오랜 숙원사업인 일본군 ‘위안부’ 명예와 인권을 위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기금 마련사업이 올해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왜냐 하면 시대상황을 직시하는 현명한 여성지도자들이 4월 총선을 계기로 새로운 기금마련 정책을 제시할 것이며, 건립사업 예정지를 직접 선정하였던 전 서울시장이 바로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명예와 인권을 위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비록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라 할지라도 추모, 전시, 토론, 그리고 자료보존의 공간이자, 역사와 우리 자존심을 바로세우는 공간, 그리고 더 나아가 소외된 국제여성단체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길 바란다.

21세기는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지켜내야 하는 시대이다. 금수강산은 잠시 빌려 써야 하지만, 문화와 역사는 철저히 소유하여야 하며 당차게 빌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인 것이다.

‘독립한 제 나라의 빈천이 남의 밑에 사는 부귀보다 기쁘고 영광스럽고 희망이 많기 때문’이라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2008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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